[특파원 칼럼/황유성]중국맥주 진짜 안전한가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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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셔도 될까?”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술자리를 벌이는 사람들 간에 어김없이 오가는 말이다.

8일 중국산 맥주의 95%가량이 발암 의심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허용 기준치 이상 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생긴 새 풍속도다.

‘맥주 파동’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 간에는 가급적 맥주를 마시지 말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맥주를 마셔야 하는 외국인과의 회식 자리에서는 가격이 비싼 수입 맥주를 고르는 모습이다.

자칭 맥주 애호가였다는 회사원 천닝(陳寧·28) 씨는 “이제 술자리가 생기면 모두들 바이주(白酒·고량주)를 마신다. 안심이 될 때까지는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맥주 유해 논란은 맥주연구소에 근무한다는 한 연구원이 익명으로 언론에 “국내 맥주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해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를 맥주 침전물 제거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 편지를 보내면서 촉발됐다.

맥주에 함유되는 포름알데히드는 국제 허용기준이 L당 0.2mg을 초과할 수 없는데도 실제 함량은 기준치의 6배인 1.2mg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직후 한국과 일본이 중국산 맥주 긴급 수거에 들어가자 중국 언론들도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도의 주된 내용은 맥주업계와 식품 당국의 해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사실 확인보다는 파문 수습에 주력하는 듯한 인상이다.

실제 중국양조공업협회 맥주분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중국산 맥주의 포름알데히드 함량은 L당 평균 0.3mg으로 나타났다”며 육류 가금류 어류 과일류 등 천연식품에 함유된 0.5∼30mg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맥주업체들이 관련 규정을 어겼다면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누군가가 꾸민 것일 수도 있다”고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이어 16일 국가질량검사총국, 국가식품질량감독검사센터, 위생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 7개 부처의 합동발표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157종의 자국산 맥주를 검사한 결과 칭다오(靑島) 옌징(燕京) 등 중국의 8대 브랜드 맥주는 포름알데히드 함유량이 L당 0.10∼0.56mg으로 수입산 맥주 수준이거나 오히려 낮다는 결론이었다.

합동발표는 또 64종의 순수 외국산 수입 맥주에도 0.10∼0.61mg의 포름알데히드가 함유돼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국은 그러면서 중국산 맥주에만 포름알데히드가 들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들은 “국내 맥주에 대한 누명이 벗겨졌다”는 당국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중국산 맥주 절대 안전’이라는 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표정이다. 이미 불량, 유해, 가짜 식품들로 숱한 피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중국 업체가 이익을 위해선 고객의 건강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진실 규명보다는 파문의 진화에 급급한 당국과, 업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언론 모두 중국 국민들에게 믿음직스럽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번 맥주 파동은 유해 논란 자체보다는 중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신뢰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이라는 한 베이징 시민의 지적처럼 기업인의 반성과 언론의 태도 전환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황유성 베이징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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