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크리스티앙]도자기 명인의 장인정신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17분


코멘트
3년 전 한일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적이 있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가지고 축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한국 땅을 밟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한 열정은 내가 한국에 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주방기기(테팔)와 소형 가전(크룹스) 브랜드를 총괄하는 직업적 영향도 있겠지만 나는 한국의 고궁과 수백 년 전 옛 사람들이 사용했던 오래된 생활용품 관찰하기를 무척 좋아한다. 화려하고도 꼼꼼한 문양의 단청, 곡선이 아름다운 처마, 아무 무늬가 없어도 아름다운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그릇 등을 바라보며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한국인의 정교함에 감탄하곤 한다.

얼마 전 한국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도자기 명인은 다 구워져 나온 도자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깨뜨리는 것이었다.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제대로 된 도자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의 열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만나는 한국 소비자들 역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저 장인과 같은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이렇게 한국 문화를 직간접으로 체험하고 많은 한국인을 만나면서 한국 사람들은 열정적일 뿐만 아니라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을 곳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서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향은 잘 드러난다. 한국의 소비자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은 이미 프랑스 기업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시장은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마켓을 넘어서서 세계의 테스트마켓으로 유행과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제품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나라보다 높아 그 눈높이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여러 방면에서 펼치고 있다. 일례로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소비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더 많이 듣기 위해 소비자-직원-최고경영자로 이어지는 팀을 사장 직속으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한국인의 열정과 완벽한 기질을 모두 체험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무형자산이 언제나 유형자산의 가치와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한국인들 몸에 배어 있는 열정과 완벽 추구는 더 나은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약력:

1951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리옹대를 졸업했다. 세브 본사에 입사해 국제 시장 담당 매니저로 10년간 활동하며 중동 동아시아 북미 지역의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2002년 세브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했다.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하기를 좋아한다.

크리스티앙 페미니에 세브코리아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