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론 샤프릭/애완동물 함부로 버리다니…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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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날씨 좋은 일요일 동료 가족과 함께 서울 올림픽공원에 갔다가 어느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버리려 하는 것을 보게 됐다. 동료의 한국인 부인이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남편이 너무 싫어해 하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동료는 원래 애완견을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버리려면 자기한테 달라고 해서 데리고 갔다.

또 다른 친구는 집 앞 놀이터 나무에 강아지 한 마리가 이틀이 다 되도록 매어져 있던 걸 데려다 키우고 있다고 했다. 내가 지금 키우는 고양이도 지난해 여름 어느 비 오는 날 길에서 주워온 것이다. 밤새도록 집 근처에서 울고 있어 나가 보니 아주 예쁜 새끼고양이였다. 도둑고양이와 달리 얌전하고 깨끗하고 건강해 보였지만 목걸이가 없었다. 한국에 사는 나의 외국인 친구 중 5명이 이런 경우를 당해 애완동물을 데려다 키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애완동물을 대할 때도 잔인한 면모를 보이는 듯하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는 꼬리가 잘려 있었다. 꼬리를 자르면 도망가지 않는다는 속설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옆집에서 사흘 내내 개가 짖어대고 있었는데, 주인이 휴가를 가면서 혼자 내버려둔 것이었다. 방치한 것도 그렇지만, 그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이웃사람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또 하나, 아주머니들이 백화점이나 마트의 라커에 애완견을 넣고 쇼핑하는 장면도 내게는 끔찍하다. 깜깜하고 좁은 공간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성대수술을 시키고, 수술로 긴 귀를 짧게 하는 것은 또 얼마나 엽기적인가. 한국인들은 강아지를 선호하는데, 내가 듣기로는 생후 두 달까지는 어미젖을 먹어야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분유를 먹인다 해도 어미젖에 비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학생 한 사람은 입대하기 6개월 전에 강아지를 40만원이나 주고 샀다고 한다. 군대 가면 어쩌느냐고 물으니 그냥 버리든지, 키운다는 사람이 있으면 주겠다고 해 무척 놀랐다. 애완견은 갖고 놀다 팽개치는 장난감이 아니지 않은가.

애완견 이야기를 쓰다 보니 부정적인 면만 지적하게 돼 유감스럽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애완동물 문화’가 정착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보신탕 먹으면 야만족’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은 아니다. 한국의 보신탕은 민족 고유의 전래음식이라 보기 때문이다. 서양 어느 나라에서는 말고기도 먹지 않는가. 따라서 이 글은 그런 차원에서 쓰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의 짧은 생각은 이렇다. 강아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데 개인 사정으로 키우기 어렵게 됐다면 동물보호소 같은 데에 맡겼으면 한다. 동물보호소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수십 군데가 있다. 인권(人權)처럼 ‘동물권(動物權)’도 있을 것이다. 애완견도 마땅히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론 샤프릭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 ronschafrick@hotmail.com

▼약력 ▼

197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몬트리올의 콩코르디아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 1997년 한국에 들어와 현재 성균관대 성균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근무 중. 주말마다 관악산 북한산 등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게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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