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미셸 캉페아뉘/청계천 복원도…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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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한다. 복원 후의 아름다운 청사진도 제시했다. 서울에 오랜 기간 근무한 외국인으로서 기대감이 자못 크다. 서울에 한강뿐 아니라 청계천이 흐르고 녹지가 조성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겠는가. 그동안 서울은 경제성장 위주로 개발된 전형적 대도시였는데 도심 한가운데 물이 흐르고 공원이 있다면 이 얼마나 고무적인 일일까.

다만 염려되는 것은 청계천 복원 사업이 한국의 전형적 개발사업처럼 너무 ‘빨리 빨리’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국인의 추진력이 한국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경제 위기 이후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경제 회복을 한 힘은 오로지 한국인의 추진력 덕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 외곽의 각종 난개발과 시화호 사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한 계획이나 세부적인 검토없이 시행된 대규모 개발사업은 경제적 손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골칫거리로 남을 수 있다.

스페인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와 프랑스의 신도시 라데팡스의 공통점은 완성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됐다는 점이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는 1882년에 착공해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1500여 기업체가 입주한 신도시 라데팡스가 처음 기획된 것은 50년 전이며 개발 계획을 입안하는 데만 6년, 도시의 외형을 갖추는 데는 30년 이상 걸렸다. 유럽에 가 보면 수백년에 걸쳐 완공시킨 건축물이나 도시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장기적 계획과 추진 덕에 오랜 세월 뒤에도 변함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 유산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의 웬만한 도시에서는 새로운 건물 하나 짓거나 간판 하나 세우는 데에도 전체 주민의 동의는 물론 지역사회의 수많은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유럽인들에게 건축이나 건물은 역사를 담아내는 소중한 것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 각국들은 도시 내에서 유적보존지구를 만들거나 건물 높이를 조절하는 등 장기적 안목을 갖고 도시를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유럽 어디를 가더라도 오랜 역사의 유적과 현대가 함께 숨쉬는 박물관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도심에 거대한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비즈니스 센터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너무 서두르지 말고 논의와 협의를 거쳐 좀 더 완벽한 준비를 한 다음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민과 한국 정부는 한국을 동북아의 허브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한국의 지리적 위치와 한국민의 역량을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서울 시민만의 도시가 아닌 동북아의 중심 도시가 될 것이다. 서울이 비즈니스의 중심뿐 아니라 환경면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려면 철저한 계획과 사전 준비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약력 ▼

1955년 생. 1995년 한국에 들어와 1999년부터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보험위원장, 서울글로벌포럼 공동회장, 서울시청 외국인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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