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그라스의 소속 출판사인 ‘슈타이들’은 세계 번역자들을 불러 ‘그라스 번역자회의’를 열었다. 20년에 걸친 노벨상 단골후보 작가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였다.
노벨상 발표 때마다 우리는 ‘그들만의 잔치’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구체적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80년대 이후 원로 문인을 거명하며 ‘노벨상을 타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프랑스의 경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외무부에는 작가정책과가 있어 자국 작가와 작품을 해외에 적극 소개하고 있다.
작가정책과장 이브 마뱅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벨상선정위원회의 분위기에 비춰 자국 문인이 노벨상을 못받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우리 문학의 체계적인 번역과 충실한 해외소개야말로 노벨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스칸디나비아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작품의 목록이나 통계자료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97년 스톡홀름의 노벨도서관을 방문했던 김윤식교수(서울대·국문학)는 “20만권의 현대문학작품이 있는 도서관에서 스웨덴어로 된 한국작품은 김지하의 ‘오적’ 등 단 세편이었다”고 말했다. 이 장서는 노벨상 수상자 선정 기초자료로 이용된다.
유윤종〈문화부〉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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