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문 한 장으로 8조 原電공사 중단하라는 ‘행정 만능’

동아일보 입력 2017-07-11 00:00수정 2017-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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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9일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공론화 기간 중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행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달라”는 공문 한 장을 한국수력원자력에 보냈다. 한수원은 이 공문을 공사에 참여하는 17개 업체에 그대로 전달했다. 사실상 공사 중단 지시지만 중단 이유도, 사후조치도 들어 있지 않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업체들은 “중단의 법적 근거가 뭐냐” “보상은 어떻게 되는 거냐”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산업부의 공문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선언에 이어 공사 중단 뒤 3개월 공론화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국무총리실 결정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총 8조 원이 들어가는 두 원전은 작년 6월 착공해 이미 1조6000억 원이 투입돼 28.8%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17개 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협력업체와 해당 지역 주민 등의 생존이 걸려 있다. 달랑 공문 한 장으로 칼로 무 썰듯 공사를 중단하라는 ‘행정 만능주의’가 놀랍다.

벌써 건설현장에서는 생계에 위협을 느낀 근로자들과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농성과 시위를 벌일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상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으며 ‘까라면 까라’는 식이다. 더구나 산업부가 ‘에너지시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한다’는 에너지법 4조를 근거로 한수원에 공사 중단을 지시한 것은 전형적인 ‘악역 떠넘기기’다. 한수원 이사회가 주문대로 의결하면 손해배상 등 모든 민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사후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서 한수원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데 이사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겠는가.


시장경제체제에선 경제주체들의 계약은 법으로 보호된다.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은 공사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상식에 어긋났으면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교수 417명이 5일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고 공개 비판했겠나.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곧 구성될 공론화위원회가 정부 입김에 흔들릴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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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신고리 5호기 6호기 중단#산업부 공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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