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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사설]세월호 천막은 되고 태극기는 안 되는 서울 광화문광장

입력 2015-12-16 00:00업데이트 201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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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연내에 설치하려던 국가보훈처의 계획에 대해 서울시가 “정부 부지에다 설치하라”고 보훈처에 최종 통보했다. 올 6월 보훈처는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설치해 8월 15일부터 1년 동안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기간을 연말까지로 줄이거나 장소를 50m 떨어진 시민열린마당으로 하라고 제안했다. 보훈처가 9월 말 다시 태극기 게양 공문을 보내자 서울시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진보좌파 성향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일부 참여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대형 태극기는 광장 통행을 방해하고 미관에 어울리지 않으며, 권위적이고 전제적인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세월호 천막을 존치시킨 것과 형평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태극기 게양대와 세월호 천막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미관을 해치고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겠는가.

이순신동상 세종대왕상이 이미 들어선 광화문광장에 상징물을 설치하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이자 외국인 관광객에게 코리아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국가 상징물의 게양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 모뉴먼트에는 연중 수십 개의 성조기가 나부낀다. 유럽 각국의 주요 광장에도 대부분 그 나라의 국기가 펄럭인다.

박 시장은 지난달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훈처가 제시한 태극기 게양대의 높이가 70m여서 광화문 전경을 정면으로 가린다”고 말했다. 크기나 높이가 문제라면 규격이나 디자인을 정부와 협의해서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보훈처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게양대 높이를 45.815m로 줄이기로 했다.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는 국기법(5조 1항)의 정신을 박 시장은 되새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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