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부터 휴가 가세요

김창덕기자 입력 2015-10-14 03:00수정 2015-10-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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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195>눈치 보며 쉬기, 이제 그만
서울의 한 외국계 회사 임원인 A 씨(51)는 지방에 직장이 있는 아내를 대신해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주말 부부인 데다 육아까지 책임진 상황이어서 휴가를 쓸 일이 수시로 생긴다. 그래서인지 A 씨는 휴가에 관해서만은 모든 팀원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 A 씨는 “개인 사정에 따라 휴가를 쓰더라도 자신의 업무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B 씨(35)는 상사 때문에 불만이 많다. 딱히 일이 몰려 있지도 않은데 주말에 회사로 불려나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B 씨와 동료들은 상사가 ‘기러기 아빠’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한다. B 씨는 “물론 급하면 회사에 나와 일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니 주말 계획을 전혀 세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외국계 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서는 여름휴가를 2주일씩 가는 ‘집중 휴가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직장에서는 여전히 법으로 정해진 휴가를 사용하거나 주말에 쉬는 것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사례가 적잖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C 씨(38·여)는 회사가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문제는 남편이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남편은 지난해까지 여름휴가를 최장 나흘까지만 낼 수 있었다. 남편의 상사가 2, 3일씩만 휴가를 쓰는 상황에서 남편이 일주일을 꼬박 쉬기는 힘들었다. C 씨는 “올해는 조금 나아져서 남편이 5일 휴가를 냈는데 그나마 하루는 반차만 내고 출근을 했다”며 “기업 문화에 따라, 상사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휴가 쓰는 것도 너무 다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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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성태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직장인의 평균 연차 휴가 사용률이 46.4%(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휴가 소진율이 낮은 첫 번째 이유가 ‘직장 내 휴가에 대한 경직성’으로 꼽혔다”며 “상사가 휴가를 쓰지 않아 괜히 눈치를 보거나, 휴가를 쓰면 마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것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상사부터 휴가 가기에 솔선수범하면 어떨까.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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