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의붓아들 한겨울 베란다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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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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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의붓아들을 한겨울 베란다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구속됐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허준기 영장전담 판사는 1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A 씨(31)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10일 오후 6시경 경기 여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의붓아들 B 군(9)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속옷만 입힌 채 앉아있도록 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여주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6도였다. B 군은 언어장애 2급에도 해당된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다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B 군이 듣지 않고 시끄럽게 돌아다녀 벌을 주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는 “한 시간 정도 욕조에 둔 뒤 방으로 데려가 옷을 입히고 눕혀서 좀 쉬도록 했다”며 “다시 한 시간쯤 지나서 저녁을 먹이려니까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10일 오후 8시15분경 경찰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과 함께 현장을 찾았고 미약한 호흡과 맥박이 있었던 B 군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병원에 도착할 당시 B 군은 전신이 멍으로 덮여 있었고, 다리미 판 크기의 화상 자국 같은 것이 가슴 쪽에 크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B 군에 대한 학대 정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2, 5월 A 씨의 B 군에 대한 학대신고가 접수됐고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군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33개월간 분리 조치한 기록이 있다”며 “B 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지난해 2월 아버지의 요청과 B 군의 동의로 다시 부모에게 인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B 군의 친아버지 C 씨와 5년 정도 동거하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C 씨는 모두 재혼으로 A 씨의 딸 3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했다. 사건 발생 당시 집안에는 A 씨와 아이들만 있었으며 딸 3명에 대한 학대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 씨도 불러 B 군에 대한 추가 학대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숨진 B 군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B 군이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인지,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인지 다음 주쯤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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