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외항 인근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의 전도 원인에 대한 미국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 현재까지는 정확한 전도 원인에 대해 누구도 지목하지 못하고 있지만 선체에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선박 복원력에서 이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평형수(밸러스트) 문제부터, 차량 고박 불량 까지 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원인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출발 전부터 기울어져 있었다’는 증언도 나와
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브런즈윅 뉴스(Bruswick News)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현재 먼저 구조된 20명의 선원을 면담하면서 전도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 안에 직접 들어가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사는 미국 해안경비대(USCG)와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함께 진행 중이다.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배가 항구를 출발할 때부터 기울어져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제프 존스(Jeff Jones)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한 항구 근로자는 배가 항구를 출발할 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말했다”고 브런즈윅 뉴스를 통해 전했다.
그는 이어 “(골든레이호와 같은)이런 배들은 바닥이 평평해 평형수와 적재방식이 배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하중이 이동해 제대로 균형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 평형수 문제의 가능성이 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출발 전부터 배가 기울어져 있었다는 증언이 사실었다면 골든레이호는 출항시부터 선박 복원력에 심각한 문제를 떠안은 채로 운항을 시작한 것이 된다. 4200여대의 차량을 실은 200m가 넘는 거대한 배가 출항 초반부터 전도 혹은 좌초의 위험을 안고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8일 새벽에는 일본 선사 미쓰이 소속의 에메랄드 에이스호도 브런즈윅 내항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현지 목격자에 따르면 골든레이호는 에메랄드 에이스호와 지나친 후 바로 전도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골든레이호의 복원력이 약해진 상태였다면 에메랄드 에이스호를 피하기 위해 급변침이 전도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PCTC는 일반 배보다 전도 위험성 커…고박 불량 가능성도
전도된 골든레이호는 PCTC(차량·트럭 운반선)로 길이 200m, 높이36m, 너비 35m의 대형 선박이다. 36m의 높이는 일반 건물 10층 이상에 해당하는 높이다. 이런 이유에서 타 선종에 비해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고, 무게중심에 변화가 발생하면 전도될 가능성이 큰 선종으로 알려져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본부장은 “PCTC는 상체가 높아 바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제작돼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평형수로 선박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PCTC로 이런 위험성을 다 고려해서 제작됐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급변침시 전도될 수 있는 구조적인 위험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선원 출신 조선업계 관계자는 차량 고박 상태 불량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PCTC는 기본적으로 다른 선박보다 무게중심이 배 위쪽에 잡혀 있는데 급변침을 했을 때 차량 고박 불량으로 장치가 끊어졌다면 차량이 일시적으로 한쪽으로 쏠리게 돼 전도될 위험성이 상당히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물이 유체일 경우에는 배가 기울었다가 다시 균형을 잡게 되면 화물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자동차의 경우 고박장치가 끊어져 한쪽으로 차량이 쏠리게 되면 무게중심이 흩어져 전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원인 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도선사들의 증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어느 항구에서든 도선사가 배에 올라 선장과 함께 항구를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도선사는 현지 항구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들의 증언이 사고 원인 규명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미 도선사들은 사고 원인을 대략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항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직접 배를 운항했던 도선사들의 증언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골든레이호의 도선사뿐만 아니라 에메랄드 에이스호의 도선사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선박의 블랙박스인 VDR(Voyage Data Recorder)과 선박의 교신 내용도 이번 사고 원인 규명에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선체 안에 갇혀있던 한국인 선원 4명은 10일 오전(한국시간) 전원 구조됐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6명, 미국인 도선사 1명, 필리핀인 13명 등 총 24명이 탑승했는데, 20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