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수영 박나리 “몸 관리 잘 해서 올림픽 꼭 나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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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힘을 합쳐 따낸 올림픽 출전권이니까, 내년 선발전에서 우리 모두 국가대표로 뽑혀서 이 멤버 이대로 함께 나가자고 했죠.”

28일 막을 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경영의 사실상 유일한 수확은 여자 계영 800m에서 전체 12위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것이다. 손발을 맞춘 지 5일밖에 안 됐다는 이 팀(조현주, 최정민, 정현영, 박나리)의 깜짝 선전에는 코치 역할까지 한 대표팀 최고참 박나리(31·제주시청)의 역할이 컸다. 그는 “어렸을 때 대표팀에서 배운 ‘받아 뛰기’(계영에서의 바통터치) 기술을 알려준 게 도움이 됐나보다”라며 웃었다. 이번 광주대회를 앞두고 5월 열린 대표 선발전 자유형 200m 3위로 계영 대표가 된 박나리는 “800m 계영 대표 선수는 자유형 200m를 통해 선발한다. 적어도 4명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이 종목에 많은 선수들이 도전해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거다. 한해 한해가 다르겠지만 ‘나이 먹었다’ 소리 안 듣게 더 열심히 운동해서 올림픽 출전 멤버가 되겠다”고 말했다.

서른이 넘은 박나리에게 국가대표가 된 느낌은 남다르다. 2011년 이후 8년 만의 태극마크였기 때문이다. 한때 자유형, 접영 부문에서 두각을 보여 ‘수영천재’ 소리도 들었던 박나리는 10대 때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도 출전하고 20대 초중반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도 출전하는 등 ‘단골 국가대표’였다. 하지만 이후 긴 슬럼프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국가대표와도 멀어졌다.

2008년 말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실업팀 선수로의 삶에 전념하기 위해 자퇴서를 썼던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지난해 9월 재입학한 것도 ‘은퇴 이후’를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개인종목(자유형 200m) 1위를 하는 등 기량이 더 좋아졌다.

“오전 8시에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뒤 학교로 가 수업을 듣고 다시 돌아와 오후 8시까지 훈련해요. 실업팀 선수로만 생활할 때 상상 못했던 고된 일정의 연속이에요. 몸이 힘들다 보니 ‘젊을 때 공부라도 해둘 걸’ 하는 생각도 드는데, 둘 다 긴장감 있게 하다 보니 전보다 공부든 수영훈련이든 절실한 마음으로 하는 제 모습을 봐요(웃음).”

최근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과 부상 없이 35세까지 학업과 수영을 병행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시대의 본보기인 셈이다.

“(공부하라) 말만 하면 후배들이 못 받아들일 거예요. 저도 어릴 때 말만 앞세우는 선배에게 공감하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꾸준히 몸 관리를 하고 다 열심히 해서 ‘둘 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운동만 하는) 풍토도 바뀌지 않을까요(웃음).”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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