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예산 적어 되레 국내기술 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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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개폐회식 숨은 공로자 ‘제작단’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에 참여한 제일기획 직원들이 평창 올림픽 기념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제일기획을 주축으로 한
 5개사 컨소시엄은 올림픽 개·폐회식의 실무를 담당했다. 뒷줄 왼쪽 세 번째부터 김은주 프로, 이도훈 제작단장, 홍영기 TF 
팀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에 참여한 제일기획 직원들이 평창 올림픽 기념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제일기획을 주축으로 한 5개사 컨소시엄은 올림픽 개·폐회식의 실무를 담당했다. 뒷줄 왼쪽 세 번째부터 김은주 프로, 이도훈 제작단장, 홍영기 TF 팀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개회식 초반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천상열차분야지도가 펼쳐지자 저도 모르게 하늘에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리허설에선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거든요.”

이도훈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장은 당시를 생각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지 어느새 웃는 얼굴이 됐다.

호평 속에 마무리된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은 출연 인원만 3300명이나 되는 대형 이벤트였다. 화려한 프로젝션 매핑(영상 투사) 기술과 어우러진 공연, 발광다이오드(LED)와 A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개·폐회식의 성공에는 송승환 총감독 등 13인의 ‘예술감독단’ 외에 실무를 맡은 ‘제작단’의 공도 있었다. 제일기획은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 컨소시엄을 주도했고, CJ E&M 등 총 5개사에서 모인 400여 명의 인원이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7일 서울 용산구 제일기획 본사에서 이 단장을 비롯해 홍영기 평창 개·폐회식 태스크포스(TF)팀장, 김은주 프로를 만났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AR 기기와 연결된 카메라가 조금만 떨려도 실패하거든요.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그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홍 팀장이 덧붙였다.

개회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일 날씨가 가장 중요했다. 이날 비바람이 불지 않도록 이 단장은 매일 기도했고 불교 신자인 김 프로는 108배를 하기도 했다. 제일기획은 이벤트·전시·리테일 등 사업 비중이 45%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회식과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폐회식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 제작단의 역할은 예술감독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실제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김 프로는 “예산이 빠듯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나와도 ‘이거 꼭 해야 하나’라고 물으면서 조율해야 했다”고 말했다. 평창 개·폐회식 예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10분의 1 수준인 600억 원이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개·폐회식에 국내 기술을 많이 적용했고, 관련된 국내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홍 팀장은 “지름 72m의 원형 무대 위로 영상을 쏘는 빔프로젝터는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파나소닉 제품이었지만 무대 바닥 리프트, 조명, 음향, 객석에 설치된 LED 조명판 등은 모두 국내 기술을 썼다”며 “해외 업체를 썼다면 비용이 3∼5배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준비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종 승인 없이는 무대에 올릴 수 없었다. 평화를 염원하며 철조망이 오륜기로 변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려 했으나 IOC 측이 반대한 게 대표적이다. 철조망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학살)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폐회식은 현장의 관중 3만5000명보다 전 세계 시청자 3억 명이 더 중요한 행사다. 이 때문에 홍 팀장은 IOC 산하 단체인 올림픽방송시스템(OBS)과 A4용지 100쪽이 넘는 카메라 콘티를 정리했다. 인면조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카메라가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각도로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개·폐회식이 평화 메시지를 잘 구현했다는 점을 가장 뿌듯해했다. 이 단장은 “이벤트는 꿈(아이디어)을 실현하는 과정이자 메시지 그 자체”라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평화가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평창올림픽#개회식#제작단#제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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