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돌출발언 없었지만… 김현종 콕 찍어 “일할 준비 돼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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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통상 이슈]트럼프, 靑환영식서 김현종 만나 “당신이 한미FTA 책임자죠”… 다른사람보다 길게 7초간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일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등의 뼈 있는 말을 던지며 악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일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등의 뼈 있는 말을 던지며 악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책임자죠?(You are the FTA guy, righ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한국 측 인사와 악수를 하던 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할 준비가 돼 있느냐(Are you ready for some work?)”고 뼈 있는 질문도 던졌다.

김 본부장이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를 쓰며 “물론”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본부장은 다른 인사들보다 길게 7초간 악수를 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번 정상회의가 잘 풀려서 미국 내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첫날 예상했던 대로 한미 FTA의 개정과 미국의 일자리를 유난히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높이겠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는 그리 눈에 띄는 돌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지금 협정은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을 자극할 만한 표현도 없었다. 과거 한미 FTA를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일본에서 “일본과의 무역은 공평하지도, 열려 있지도 않다”고 말하며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 정부 경제팀과 반갑게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웃으며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왼손으로는 화살표처럼 가리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 실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이다.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을 향해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관련 언급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다소 부드러워진 것은 우선순위를 고려한 결과”라며 “경제 문제 외에 현안이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본부장과 장 실장을 콕 찍어 알은체를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두 사람은 한국 정부에서 FTA 협상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무역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통상 라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이날 수면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한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무언(無言)의 힘’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통상 관련 돌발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든 국론을 통일해 당당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한상준·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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