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 손자가 가해자? ‘숭의초 학교폭력’ 진실공방 쟁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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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숭의초교의 3학년 학교폭력(학폭) 사건은 대기업 회장 손자가 가해자일 가능성과 학교 측의 축소 은폐 의혹 등이 맞물려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 숭의초 학폭 사건은 피해 학생 측의 요청으로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 재심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그날 벌어진 일의 진실을 두고 수많은 얘기들이 무성하다. 재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주정도 걸릴 예정이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파헤쳐봤다.

● 진실 공방 1- 대기업 회장 손자 A 군이 가해자?

숭의초 학폭 사건과 관련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점은 대기업 회장 손자로 알려진 A 군의 가담 여부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학폭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만인 4월 27일 교감과 만나 A 군이 가해 학생 중 한 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학교 측에선 A 군이 가해자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피해 학생은 학폭이 발생하고 나흘이 지나 최초 진술서를 쓸 당시 가해 학생으로 3명을 지목했다. 당시 A 군의 이름은 없었다. 피해 학생이 A 군을 가해자로 지목한 건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 뒤인 5월 30일이었다.

학폭 사건의 가해자, 사건을 목격한 학생, 피해 학생의 부모로부터 신고를 받은 학교전담경찰관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는 점도 A 군의 가담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학교 측은 주장한다. 학폭이 발생하자 담임교사는 “누가 그랬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했고, 이 때 손 든 학생은 3명이었다. 학폭을 목격한 같은 반 학생들도 일관되게 3명만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이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학폭 신고를 받아 그 내용을 학교에 전달하면서 언급한 가해 학생도 3명이었다. 이들 증언엔 모두 A 군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학교 측은 A 군이 학폭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수련원 청소년 지도사의 증언도 제시했다. 청소년 지도사는 학폭이 발생한 시점에 사건 현장과 떨어진 숙소 앞에서 2, 3명의 학생을 봤고, 그 중 한 명이 A 군이라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반장이라 청소년 지도사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 진실 공방 2- 사라진 초기 진술서, 고의인가 실수인가

담임교사가 학폭 사건 직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목격 학생들로부터 받은 초기 진술서 18장 가운데 6장이 사라진 점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숭의초가 학폭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다는 근거로 ‘초기 진술서의 실종’을 꼽았다.

초기 진술서가 사라진 것을 두고 학교 측은 고의가 아닌 담임교사의 ‘실수’라고 주장한다. 이번 학폭이 발생하고 나흘 뒤 같은 숙소에 있었던 학생들은 문답서, 즉 ‘초기 진술서’를 작성했다. 담임교사는 “평소에도 학생들 생활지도를 위해 문답서를 활용해왔다. 해당 문서는 임의 자료일 뿐 중요한 문서라고 생각하지 않아 철저히 관리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사라진 초기 진술서엔 학폭 사건과 관련한 핵심 내용이 담겨 있을까. 학교 측은 피해학생 엄마가 초기 진술서 4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의 진술서를 찍은 건지, 해당 진술서가 사라진 진술서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진술서에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 피해 학생 측이 이미 공개하지 않았겠냐고 반박한다.

● 진실 공방 3- 학교가 학폭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나

시교육청 감사관은 숭의초가 자치위원회 규정을 어기면서 학교전담경찰관을 학폭 자치위원회 심의에서 배제하고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서도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학교전담경찰관이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외부 전문 위원들을 학폭 자문위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는 중부교육청의 설명을 잘못 해석해 학교전담경찰관을 위원이 아닌 자문위원으로 참여시키면 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에 앞서 4월 5일 구성한 최초의 학폭 자치위원회의 위원과 학폭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열린 1·2차 학폭위 참석 위원이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특정인을 일부러 배제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 진실 공방 4- 학폭위는 왜 늦게 열렸나

학폭 사건은 발생한지 24시간 내에 교육지원청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숭의초는 22일이 지나서야 보고했다. 사건 조사를 위해 즉시 구성해야 하는 학폭 전담기구도 숭의초는 뒤늦게 구성했다. ‘은폐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학교 측은 늑장 조치에 대해 피해 학생 측 의사를 고려하다보니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한다. 학폭 발생 나흘 뒤인 4월 24일 피해 학생 어머니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학폭위 심의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밝혔다. 5월 1일 피해 학생 어머니가 학교를 방문해 교장과 교감, 담임교사, 생활부장 등과 면담했을 때도 학폭위 심의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학교 측은 “자치위원회를 개최하는 대신 서로 사과와 화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부모 간 중재를 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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