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업그레이드 ‘디지털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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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급 전 직원에 코딩 교육 의무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현대카드 본사에서 팀장·실장급 직원들이 프로그래밍(코딩) 강의를 듣고 있다. 디지털 소통 강화를 위해 현대카드는 이들 보직자에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현대카드 제공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현대카드 본사에서 팀장·실장급 직원들이 프로그래밍(코딩) 강의를 듣고 있다. 디지털 소통 강화를 위해 현대카드는 이들 보직자에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현대카드 제공
“자, 이제 3분을 줄 테니까 직접 (프로그래밍) 코드를 입력해 보세요.”

이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현대카드 본사의 한 강의실.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강의실에 모인 현대카드 직원들이 당황한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강의를 듣던 팀장 및 실장급 직원 25명은 노트북을 통해 앞서 배운 코드를 더듬더듬 입력했다. 주어진 시간에 과제를 마친 수강생은 드물었다.

이날 강의실에선 프로그래밍(코딩) 교육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정보기술(IT) 담당자가 아니라 일반 직원이었다. 간부급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이 처음으로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영’을 강조해 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57)이 “점차 늘어나는 디지털 인력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언어’인 코딩을 이해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전사적 디지털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정 부회장도 17일 시작된 첫날 강의실에 ‘깜짝 등장’해 함께 강의를 들었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코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공교육에서 코딩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카드의 코딩 교육은 4주에 걸쳐 진행된다. 현대카드·캐피털·라이프생명·커머셜 등 4곳의 보직자(팀장 및 실장급) 300명은 반드시 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기자가 참관한 25일 교육은 이론을 끝내고 처음으로 실습을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미세먼지에 관한 ‘알림봇’ 프로그램을 직접 코딩해 보는 내용이었다. 능숙하게 수업을 따라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독수리타법으로 코드를 입력하느라 진땀을 빼는 직원이 많았다.

이날 수업을 들은 유승한 HR지원센터장(43)은 “평소 디지털 관련 부서 사람들과 소통할 일이 많은데 가끔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생소할 때가 있었다. 이렇게 개념이라도 배워두면 앞으로 이야기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슬로건으로 내 건 현대카드는 디지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문 인력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일한 오승필 씨를 디지털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심의 직무그룹도 새로 만들었다. 현재 현대카드의 디지털 관련 인력은 210여 명(전체 직원 2500여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전사적인 디지털 소통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디지털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첨단 기술과 서비스 흐름을 따라잡기 위한 글로벌 거점 구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9월엔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열었고, 올 4월엔 중국 베이징에도 디지털캠프를 차렸다.

현대카드의 변신은 핀테크(금융기술) 확산으로 경계가 무너진 전통 금융업계의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 카드사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체질적 개선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현대카드#디지털#코딩#교육#의무화#간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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