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계 최고 성과는 ‘중력파 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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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2016년 10대 과학 성과’ 발표

첫번째 사진부터 블랙홀 2개가 서로 합쳐지며 방출된 중력파를 시각화한 그래픽,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 ‘프록시마 b’의 상상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3월 대국 현장, 일본 연구진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만든 쥐의 인공난자. 사이언스·위키미디어·구글 제공
첫번째 사진부터 블랙홀 2개가 서로 합쳐지며 방출된 중력파를 시각화한 그래픽,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 ‘프록시마 b’의 상상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3월 대국 현장, 일본 연구진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만든 쥐의 인공난자. 사이언스·위키미디어·구글 제공
 “우리가. 중력파를. 검출했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올해 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프로젝트 책임자인 데이비드 라이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생중계 화면을 통해 발표했다. 미국 한국 독일 등 13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라이고 연구단은 이날 100년 전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25년간의 노력 끝에 확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라이고 연구단의 첫 중력파 검출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 연구 성과’ 중 1위로 꼽혔다.

  ‘시공간의 잔물결’로 불리는 중력파는 별의 폭발, 블랙홀 생성 등 우주에서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며 주변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 이 때문에 중력파를 검출하면 블랙홀과 중성자성 같은 천체에 대한 시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이언스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초대형 사건들을 엿들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 가장 가까운 ‘제2의 지구’와 인간 꺾은 ‘알파고’


 10대 성과 중 2위로는 ‘프록시마 b’의 발견이 꼽혔다. 이 행성은 현재까지 발견된 ‘제2의 지구’ 후보 중 지구에서 가장 가깝다. 태양계에서 불과 약 4광년(1광년은 약 9조4670억 km) 거리에 있는 별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위를 공전한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안정적인 대기권’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온도(0∼100도)’ 등을 갖췄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는 3위를 차지했다. 3월 서울에서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켰다. 바둑은 AI가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자신과의 대국을 반복하면서 승률을 높이는 ‘딥러닝’ 기술 덕분이다. 사이언스는 “올해 AI는 알파고를 통해 중요한 반환점을 돌아섰다”고 극찬했다.

○ 인공생명체를 향해 도전하다

 과학자들은 생명의 신비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월 대런 베이커 미국 메이요클리닉 교수팀은 중년의 쥐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심장과 간의 활동 속도를 늦췄다. 그 결과 보통 쥐보다 20% 이상 더 오래 살았다. 10월에는 몸에서 노후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쥐들은 같은 연령의 다른 쥐보다 건강한 상태를 지속하며 더 오래 산다는 사실도 밝혔다.

 과학자들은 또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단백질은 세포의 화학반응을 돕고 물질을 운반하는 등 다양한 생명 현상을 조절한다. 신약, 신소재, 바이오센서 등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 그동안은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만들어도 단백질의 안정적인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게 불가능했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자기조립이 가능한 인공단백질을 설계해 이를 극복했다.

 이와 함께 하야시 가쓰히코 일본 규슈대 교수팀은 쥐의 꼬리세포를 역분화시킨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난자로 분화시켜 배양한 뒤, 이 인공난자를 이용해 건강한 새끼 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이언스는 “시험관 아기라는 말에 새로운 뜻이 추가됐다”며 “먼 미래에는 난자 문제로 임신이 불가능한 여성들에게 인공난자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숨겨져 있던 오랜 비밀을 풀다

 과학계의 오랜 정설이 뒤집히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크루페니 미국 듀크대 교수팀이 침팬지, 오랑우탄 등 유인원도 사람처럼 다른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공감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 능력으로 여겨졌지만 이로써 유인원의 지적능력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논란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방대한 양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약 10만 년 전 한꺼번에 전 세계로 이주해 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은 한꺼번에 여러 곳으로 떠났는지, 순차적으로 떠났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이 원주민과 유럽인으로 분리된 시기와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등에 각각 정착한 시기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다

 올해 개발된 기술 중에는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선 것도 있다. 사이언스는 휴대용 게놈(유전체) 해독 기기와 메타렌즈를 꼽았다. 올해 상용화되기 시작한 휴대용 게놈 해독 기기는 간편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사이언스는 “올해가 게놈 해독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카메라, 현미경 등에 쓰이는 기존 렌즈의 경우 배율이 높을수록 굴곡이 너무 심해져 왜곡이 생긴다. 메타렌즈는 렌즈에 굴곡을 만드는 대신 나노 크기의 이산화티타늄으로 만든 핀을 평면의 유리 표면 위에 배열해 빛의 방향을 조절했다. 빛의 파장보다도 짧은 거리에 있는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있고, 4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물체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한편 한국공학한림원은 2016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끈 산업기술 성과 15선을 22일 발표했다. △고성능 PC를 모바일에 구현한 D램 기술 △반도체 등 미세 부품에 대한 3차원 고속 검사 기술 △고압선 없이 배터리로 달리는 친환경 노면전차 △고해상도 우주용 반사경 △4가지 독감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하는 차세대 백신 등이 포함됐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중력파#알파고#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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