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육영수 영정 있던 추모관 내부 불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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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방화사건 현장
현장에서 붙잡힌 40대 피의자 “朴대통령 하야 안해 결심”
4년前 노태우 생가에도 불질러

1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이 나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 등이 있는 추모관 내부가 모두 탔다. 아래쪽 
사진은 검게 그을린 추모관 입구의 모습이다. 경찰은 2012년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질렀던 백모 씨(48)를 방화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구미=뉴시스
1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이 나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 등이 있는 추모관 내부가 모두 탔다. 아래쪽 사진은 검게 그을린 추모관 입구의 모습이다. 경찰은 2012년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질렀던 백모 씨(48)를 방화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구미=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1일, 오후 3시 15분경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이 긴급 출동해 10여 분 만에 진화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 등이 있는 추모관이 전소됐다. 이곳의 영정 사진과 화분, 그림 액자 같은 내부 물건도 모두 탔다.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 공부한 사랑채 초가지붕 일부가 불에 탔지만 다행히 번지지 않았다.

 구미경찰서는 현장에서 피의자 백모 씨(48)를 방화 혐의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 처음에 범행을 부인했지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의 추궁에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백 씨는 이날 오전 9시 기차를 타고 낮 12시경 구미에 온 것으로 밝혀졌다. 들고 있던 가방에는 시너 1L를 담은 플라스틱 통과 휴지 등이 있었다.

 백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아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영정에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휴지를 던졌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 생가는 경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753.7m² 크기의 생가는 집과 안채, 추모관, 관리사 등 건물 4채로 구성돼 있다. 추모관은 모두 탔지만 박 전 대통령의 책상과 책꽂이 호롱불 등이 있는 생가는 온전하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이곳에서 태어나 구미초등학교와 1937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백 씨가 ‘박근혜는 자결하라.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라고 쓴 방명록도 확보했다.

 미혼인 백 씨는 안내와 광고 등을 주로 하는 웹사이트 운영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사이트의 내용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백 씨는 지난달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수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2012년 12월 대구 동구 신용동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도 몰래 들어가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당시 그는 1개월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에는 ‘노태우를 단죄하며…’라는 제목의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남겼다. 백 씨는 편지에 “다시는 너처럼 대통령직을 이용해서 국민의 재산을 훔치는 도적놈이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너의 생가에 불을 지른다”고 적었다. 백 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백 씨는 또 2007년 2월 3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사적 101호 삼전도비(三田渡碑)를 페인트로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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