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림과 직접 마주서서… 편견 없이 바라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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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김진희 지음/228쪽·1만8000원/윌컴퍼니

부게로의 ‘천사의 노래’(1881년·왼쪽)와 카라바조의 ‘이집트 피신 길의 휴식’(1597년). 저자는 두 그림 속 천사의 나이와 성별을 비교해 기술했다. 윌컴퍼니 제공
부게로의 ‘천사의 노래’(1881년·왼쪽)와 카라바조의 ‘이집트 피신 길의 휴식’(1597년). 저자는 두 그림 속 천사의 나이와 성별을 비교해 기술했다. 윌컴퍼니 제공
 미술 영역 취재를 맡게 된 뒤 몇몇 전시에서 개막 언론 간담회 방식의 변화를 건의했다. 기자들이 기획자, 작가와 마주 앉는다. 관장의 인사말 뒤에 작품 영상을 보며 설명을 듣는다. 놀라운 건 바로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 손들어 질문하는 기자다. 작품과 마주해 보지도 않고 작가와 어떤 대화가 가능한 걸까. 불가능이 늘 가능인 양 시도된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한 후 전시기획 실무를 경험한 미술평론가다. 탄탄한 경력의 전문가지만 서문에 “전문가는 무턱대고 믿기보다 되도록 의심해야 하는 상대”라고 썼다.

 “책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그림을 마주하는 감상을 돕는 수단에 그쳐야 한다. 아쉬운 대로 복제된 작품 이미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글이 감상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 작품을 자신의 눈으로 보기도 전에,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전에 화가의 생애나 미술사적 의의 등의 설명을 들어 버릇해서는 미술의 재미와 맛을 느끼기 어렵다.”

 구구절절 동의한다. 누군가 오랜 노력을 응축해 빚은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과 글을 얹는 것부터 이미 무례한 일이긴 하다. 짤막한 직시의 시간조차 생략한 채 말부터 주고받는 건 몰상식이다. 미술관 전시실 입구의 오디오가이드는 자유로운 감상의 권리를 박탈하는 괴이한 도구다.

 14개 장(章)마다 상당한 교집합을 가진 그림 두 점의 이미지를 먼저 보여 준다. 사진 아래 메모에는 제목과 제작 연도뿐 작가 이름이 없다. 불친절이 아니다. 편견 없이 그림을 만나라는, 읽는 이와 작가 모두를 위한 배려다. 이어지는 텍스트는 두 그림과 아울러 챙겨 볼 만한 다른 작품에 대한 제안이다. 과시적이지 않으면서 풍성하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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