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크기도 작고 복잡… 교과서 이해 되레 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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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짓눌리는 초등입학생]아마추어에 그림 맡기기도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글에 대한 이해가 낮은 만큼 교과서의 삽화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한데 그 수준이 떨어져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삽화는 그 크기가 매우 작고 구성도 복잡해 오히려 내용 이해를 방해한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이런 ‘조악한 삽화’는 교과서 제작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교과서 집필 관계자는 “시간도, 예산도 없을 때 가장 망가지기 쉬운 게 삽화”라며 “그림을 제대로 그려 내려면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하는데 그런 좋은 삽화가를 교과서 제작에 참여시키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집필 관계자는 “삽화가는 통상 교과서 집필을 맡은 팀에서 알아서 섭외한다”며 “예산 사정상 장당 2만 원, 많아야 10만 원 정도밖에 그림 값을 못 주다 보니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아동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 삽화가가 많지 않고 갓 대학을 졸업한 미술가나 아마추어도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집필진은 “그릴 그림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 교과서 한 권을 제작하는 데 많게는 20여 명의 삽화진이 투입되다 보니 장마다 그림체가 다른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고 꼬집었다.

현행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수학 교과서를 본 홍창호 한서대 아동미술학과 교수(한국아동미술학회장)는 “삽화 스타일이 중고교 참고서 수준이라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읽어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삽화 크기가 지나치게 작고 명시성, 직관성이 떨어지는 그림이 여럿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그림 크기를 키우고 필요 이상의 명암이나 장식을 줄여야 한다”며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명암으로 입체감을 표현한 그림은 성인의 눈에는 멋지지만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명료함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아동발달 심리전문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현재 초등 1학년 교과서 그림은 3, 4학년에 맞는 그림”이라며 “저학년 아이들은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 삽화가 지금처럼 복잡하면 오히려 ‘셈’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교과서 규정에는 삽화와 관련된 명확한 지침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삽화에 대한 구체적 심의 기준은 없다”며 “‘삽화나 사진을 제시할 때 교수학습 내용이 잘 드러나도록 하고 지나치게 복잡하게 하지 않도록 한다’ 정도의 유의점만 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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