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유럽의 두 여걸… ‘소프트 브렉시트’ 첫단추 끼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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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첫 회동서 ‘실리-위용’ 맞교환
메이 “탈퇴조항 연내 발동 안할것” 메르켈 “준비시간 필요한것 이해”
FT “메르켈, 메이에 숨쉴 공간 줘”
메이, 첫 총리질의 답변서 강한 인상
“필요땐 10만 죽일 핵버튼 누를것” 英언론 “‘철의여인’ 대처 연상”

“메르켈이 메이에게 숨 쉴 공간을 주었다.”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첫 회담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요약했다. 메이는 몸을 낮춰 실리를 챙겼고, 메르켈은 대국으로서의 위용을 보였다는 평가다.

메이 총리는 20일 베를린에서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합리적이고 질서 정연한 유럽연합(EU) 탈퇴 계획을 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안에는 탈퇴 조항을 담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할 만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점진적인 영국의 EU 탈퇴)에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메이 총리가 시간을 벌었다면 메르켈 총리는 대접을 받았다. 메이는 “독일은 핵심적인 파트너이고 특별한 친구”라고 했고, 메르켈의 첫인상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영국과 독일 국민들에게 최상의 결과를 안겨주고 싶은 두 여성”이라며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24일 62번째 생일을 맞는 메르켈 총리에게 하이킹에 관한 책 두 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미묘한 신경전은 이어졌다. 메이 총리가 “영국 사람들은 EU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싶어 한다”고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하자 메르켈 총리는 “그럴 경우 단일 시장에 접근하는 데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 총리는 독일 방문 전 첫 의회 총리 질의에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 ‘마거릿 대처’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는 대처가 처음 구매했던 트라이던트 핵미사일 체계를 개편하는 문제로 야당 의원들과 논쟁을 벌이다 “필요할 경우 10만 명의 남자, 여자, 아이들을 죽일 수 있는 핵 버튼을 누르겠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정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피해 갔던 예전 총리와 다른 모습이라며 놀라워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브렉시트#메르켈#메이#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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