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 당시 고종의 피신로 ‘고종의 길’ 내년 말까지 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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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저-선원전 터 사이 110m, 9월 경계벽 설치한 뒤 본격 착공
러 공사관도 2021년까지 복구

아관파천(俄館播遷) 120주년을 맞아 조선의 아픈 역사가 서린 ‘고종의 길’이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올해 9월부터 ‘고종의 길’ 복원 사업을 착공해 내년 말 완료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고종의 길’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일본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길 때 비밀리에 이동한 길로 추정되는 곳이다. 덕수궁 북서쪽 끝에서 옛 러시아공사관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길이 약 110m, 폭 3∼4m의 좁은 길로 대한제국 시기 미국공사관에서 제작된 정동지도에는 이곳이 ‘왕의 길(King’s Road)’로 표시돼 있다.

한미 양국이 2011년 서울 중구 정동 미국대사관저와 덕수궁 선원전(璿源殿) 터 사이 ‘고종의 길’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뒤 미국 국무부 재외공관관리국에서 4차례 현지조사 등 검토 과정을 거쳐 올 6월 설계안을 최종 승인했다. 현재 미국대사관저 터인 이곳에 문화재청은 9월부터 미국대사관저와 선원전 구역을 분리하는 경계벽을 설치한 후 ‘고종의 길’을 복원할 계획이다.

‘고종의 길’ 옆 옛 러시아공사관(사적 253호), 덕수궁 선원전 구역도 2021년까지 복원된다. 조선 고종 27년(1890년)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옛 러시아공사관은 고종이 아관파천 직후 약 1년 동안 국정을 수행했던 곳이다. 고종은 이곳에서 친위 기병대 설치 및 지방제도와 관제 개정에 대한 안건을 반포하고 대한제국을 구상했다. 옛 러시아공사관은 6·25전쟁 당시 대부분 파괴돼 16m 높이의 탑과 28m² 면적의 지하 밀실만 남아 있다.

덕수궁 선원전은 조선 태조 이하 역대 임금과 왕후의 초상을 봉안한 곳으로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하기 전 신축됐다. 1900년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의 자리로 옮긴 뒤 고종 승하 이듬해인 1920년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문화재청은 “‘고종의 길’과 덕수궁 선원전 구역 복원을 통해 일제에 의해 훼손된 대한제국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근대사 현장을 보존해 서울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아관파천#고종의 길#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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