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위 호텔’ 눈 딱 감고 질렀다… ‘낭만 한바퀴’ 환호성 지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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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아름다운 동행’]

《여행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어디’가 아니다. ‘누구와’다. 마음이 통하고 죽이 맞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딜 가도 즐겁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멋진 곳에 가도 ‘고행’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여행의 기술(Art of Travel)’을 깨치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난다. 오로지 ‘어디’로 갈지에 관심을 뺏긴 탓이다.

누구나 이런 꿈 하나는 갖고 산다. ‘내 일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멋진 여행.’ 그 해답은 명백하다. 가진 걸 몽땅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고 싶은 버킷리스트 여행지를 찾는 것이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동행’(同行)이다. 그가 누군지, 그게 어딜지는 이미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 문제는 그걸 조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행할 이는 다양하다. 출가한 자녀나 손자 손녀, 배우자와 친구, 함께 사는 아들과 딸 아니면 절친한 남녀친구…. 그리고 세상엔 제각각의 동행과 잘 어울릴 장소나 스타일이 따로 있는 듯도 하다. 새 연재 ‘아름다운 동행’은 그런 여행을 준비하는 이를 위한 안내다. 오늘 첫 순서로는 다양하면서도 아름다운 동행 덕분에 더욱 멋졌던 럭셔리 기차여행 ‘해랑 레일크루즈’를 소개한다. 앞으로 아름다운 동행에 어울릴 여행지나 여행스타일을 격주로 소개한다.》

파란 빛깔의 한국판 ‘블루트레인’ 해랑은 1박 2일과 2박 3일의 ‘레일크루즈’를 제공하는 한국 유일의 럭셔리 열차다. 디젤기관차에 8량을 연결한 열차의 정원은 54명. 3일간의 전국 운행에는 15명의 기관사와 6명의 전용승무원이 투입된다. 코레일관광개발 제공
파란 빛깔의 한국판 ‘블루트레인’ 해랑은 1박 2일과 2박 3일의 ‘레일크루즈’를 제공하는 한국 유일의 럭셔리 열차다. 디젤기관차에 8량을 연결한 열차의 정원은 54명. 3일간의 전국 운행에는 15명의 기관사와 6명의 전용승무원이 투입된다. 코레일관광개발 제공
지난달 24일 오전 9시 반. 한 시간 전 서울역을 떠난 해랑 열차는 수원을 지나 천안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날 예약 승객은 43명. 그 시각 5호차의 이벤트실엔 41명(2명은 천안역에서 승차)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승무원이 2박 3일 일정의 전국일주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설명하는 자리였다. 승객은 대개 60∼80대. 효도여행으로 이름난 해랑 레일크루즈의 단면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여행에 나서게 된 사연을 듣고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너무도 다양해서다. 이날 참가한 열네 그룹 중 효도여행은 네 그룹뿐. 칠순 생일을 맞아 아들부부와 함께 온 가족, 외국에 사는 딸이 찾아와 함께 온 가족, 그리고 또 다른 모녀 그룹 정도였다.

아들 며느리와 동행한 부모는 “삼형제가 해마다 돌아가며 여행을 보내준다”고 해 부러움을 샀다. 천안역에서 승차한 모녀의 어머니는 “외국에 나가면 돈이 많이 들어 이제껏 안나갔더니 글쎄 딸이 두 사람에 250만 원이나 하는 이 비싼 여행을 몰래 예약해 놓고 데려왔다. 5000원짜리 바지 사 입고 사는 사람에게는 당치도 않은…. 그렇지만 기왕에 왔으니 즐겁게 지내야겠다”고 했다. 딸 가족의 어머니도 세 자매가 효녀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나머지 열 그룹은 아주 달랐다. ‘여행과 친구는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란 말을 실감케 할 만큼.

1년 전 아들과 남편으로부터 각각 간을 이식받고 회복 중에 있다는 60대 부인은 “멀미약을 먹지 않으면 차도 못 타는 사람인데 면역억제제를 먹다보니 멀미약도 먹을 수 없어서 그간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 손에 끌려 이렇게 오게 됐다”고 말했다. 1년 전 두 다리를 모두 수술했다는 한 60대 부인도 “한 달 전에야 완전히 회복해 이젠 똑바로 설 수 있게 됐다. 이 여행은 그걸 기념해 우리 부부가 스스로 준비한 자축이벤트”라고 했다.

70대 여성 6명은 소꿉동무였는데 “값이 비싸긴 해도 이 여행을 버킷리스트로 삼아온 터라 눈 딱 감고 오게 됐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동창인 이들은 졸업 후 지금까지 매달 한 번씩 만나고 있는 절친들.

한 부부는 “이 열차여행이 좋다고 소문나 1년간을 벼르다 오게 됐다”고 했고, 네덜란드와 독일인 60대 남자와 동행한 남성은 40년간 사업파트너로 지낸 이들과 회포를 풀기 위한 여행으로 이걸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칠순 생일을 맞아 처제와 동행한 부부, 결혼 47주년 기념여행으로 온 노부부도 있었다. 팔순을 맞는 큰언니를 모시고 온 자매는 “평소 자주 못 보기 때문에 2박 3일 동안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여행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나는 이들과 사흘간 동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유로움’이었다. 그건 ‘전용숙박열차’라는 데서 왔다. 잠은 열차 객실에서, 이동은 수면 중에. 이런 특별함에서 비롯된 시간적 여유와 700명 정원의 8량 열차를 단 43명(정원 54명)이 차지하는데서 오는 공간적 여유. ‘지극히 편안하다’는 해랑 레일크루즈의 매력도 그런 여유로움에서 비롯된다.

하나를 더 얹자면 전용승무원 6명의 극진한 서비스다. 객실 정돈과 이동 중 식음료제공, 연계지 버스여행안내와 기념촬영, 디지털앨범과 동영상제작, 그리고 틈틈이 보여주는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까지…. 이들의 서비스는 사흘 내내 단 1분도 쉬지 않는다. 해랑 레일크루즈가 효도여행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바로 이들 덕분이다.

▼‘럭셔리 대명사’ 남아공 블루트레인에도 없는 해랑만의 ‘3가지 매력’▼

지역대표 맛집 순례… 사우나… 스파…

 

①전국일주 첫날 찾은 순천만의 갈대밭.②주중 오후 해랑 여행객이 찾은 낙안읍성. 고즈넉한 읍성마을의 정취를 한가로이 즐길 수 있어 좋다.③정동진 해맞이 후 하슬라뮤지엄에서 아침식사.
①전국일주 첫날 찾은 순천만의 갈대밭.
②주중 오후 해랑 여행객이 찾은 낙안읍성. 고즈넉한 읍성마을의 정취를 한가로이 즐길 수 있어 좋다.
③정동진 해맞이 후 하슬라뮤지엄에서 아침식사.
호텔식 관광열차 해랑은 여러모로 럭셔리 레일크루즈의 대명사인 남아공의 ‘블루트레인(Blue Train)’을 닮았다. 외관 색깔부터 똑같이 파랗다. 블루트레인 노선은 프리토리아(행정수도)∼케이프타운(희망봉 인근). 편도 1박 2일(25시간) 일정엔 다이아몬드광산인 킴벌리 등지의 연계투어도 들어 있다.

그런데 해랑의 일정과 코스는 블루트레인보다 다양하다. 2박 3일(주중)과 1박 2일(주중)에 이따금 3박 4일짜리도 있다. 코스도 계절에 따라 달라 선택폭이 넓다. 식사도 더 좋다. 통상 레일크루즈는 차내에서 식사를 하지만 해랑은 전 일정 모든 식사를 연계관광지의 맛집에서 즐긴다. 사우나나 스파 휴식도 해랑에만 있다.

카페레스토랑에선 와인과 음료수, 스낵과 과일이 밤 12시까지 제공된다.
카페레스토랑에선 와인과 음료수, 스낵과 과일이 밤 12시까지 제공된다.
해랑의 객차는 8량으로 객실은 4호(레스토랑 카페)와 5호차(이벤트 라운지)를 제외한 6량이다. 객실타입은 네 개. 스위트와 디럭스 룸은 2인실, 패밀리와 스탠더드 룸은 각각 3, 4인실(2층 침대)이다. 해랑은 1·2호 두 기가 있다. 1호기(정원 54명)는 주 2회 정기운행하고 있고, 스탠더드 룸도 있는 2호기(72명)는 단체행사나 성수기에만 부정기적으로 운행한다. 레스토랑카페 칸은 거실 같은 곳이다. 와이파이와 과일, 스낵(빵 과자) 음료(와인 맥주 등)를 무제한 제공한다. 도중 연계여행은 버스투어로 하는데 현지 관광문화해설사가 직접 안내한다. 연계투어의 입장료와 체험료도 요금에 포함돼 있다.

해랑의 일정(그림 참조)은 2박 3일(전국일주)과 1박 2일(주말). 코스는 계절별로 바뀐다. 올 6, 7월 중 2박 3일은 ‘서천∼군산∼대구∼부산∼정동진∼동해’. 지난달까지는 ‘서울∼순천(순천만 갈대습지+낙안읍성)∼부산(동백섬+아쿠아리움)∼경주(불국사+천마총)∼정동진(해맞이+)∼동해(두타산 무릉계곡 삼화사)∼태백(추암역)∼서울’이었다. 주말 1박 2일엔 두 코스로 번갈아 운행한다. 6∼8월 중 서부권은 ‘장성∼담양∼서천∼군산’, 동부권은 ‘단양∼경주∼울산∼양산’이다.

해랑은 ‘식후경’투어로도 그만이다. 지역마다 대표 맛집에서 특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승객은 그룹별로 따로 상을 받는다. 개별여행처럼 동행과 오붓하게 식도락을 즐기도록 한 세심한 배려다. 연계버스여행엔 승무원이 늘 동행하며 휴대한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 선사한다. 사진은 디지털앨범으로 제작해 귀경기차 안에서 상영 후 e메일로 전달한다.

해랑의 탄생은 2008년. 예정된 첫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그해 베이징 여름올림픽에 남북공동응원단을 태우고 남북연계 경의선을 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동응원단도, 베이징행도 무산됐다. 그래서 그해 11월 ‘레일크루즈 해랑’이란 럭셔리 관광열차로 바꿔 운행을 시작했다. 일본의 규슈 7개 현을 두루 도는 일본 최고의 럭셔리 관광열차 ‘나나쓰보시 인 규슈’(Cruise Train Seven Stars in Kyushu·2013년 운행개시·1인당 180만∼1250만 원)는 해랑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개발됐다. ‘해랑’은 ‘해와 함께’라는 뜻으로 엠블럼 봉황은 최고급을 상징한다.

해랑의 인기가 높아지며 성수기엔 예약이 조기 마감된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여행상품이지만 실제 타보면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전국일주 3일은 사흘 내내 충실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해외여행으로 치면 5일에 해당된다. 문의: 코레일관광개발(www.railcruise.co.kr) 1544-7755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해랑 열차#전용숙박열차#호텔식 관광열차#블루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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