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환희-좌절 10년의 합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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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가입 앞두고 감회 젖은 박인비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영광의 순간을 앞두고 오히려 차분해 보였다. 최근 부상에 시달린 영향도 있지만 며칠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보낸 지난 10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박인비는 9일 미국 시애틀 인근의 사할리CC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통해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다. 1라운드를 마치면 명예의 전당 입회의 마지막 조건인 ‘투어 10년’을 채우게 된다. LPGA투어는 이날 18번홀 그린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가질 예정이며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을 곁들인 특별 파티도 열린다. 박인비는 아버지, 어머니와 멘털 코치인 조수경 박사 등을 초청했다. LPGA투어에서 명예의 전당 회원이 나온 것은 2007년 박세리 이후 9년 만이어서 현지에서도 경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950년 출범한 LPGA투어 사상 25번째 주인공이자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이다.

가족의 존재가 자신에게 큰 힘을 준다는 박인비. 몇해 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부모, 남편, 여동생과 함께 선 박인비(왼쪽에서 두 번째)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동아일보DB
가족의 존재가 자신에게 큰 힘을 준다는 박인비. 몇해 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부모, 남편, 여동생과 함께 선 박인비(왼쪽에서 두 번째)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동아일보DB
박인비는 “어릴 때부터 꿈꿔 온 무대인 LPGA투어에서도 최고의 선수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명예의 전당에 내 이름을 올린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기쁨과 좌절의 순간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내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요즘 훌륭한 후배가 많아졌는데 내가 그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LPGA투어에 데뷔한 박인비는 2008년 당시 최연소인 19세의 나이로 US여자오픈 챔피언에 오르며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 듯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슬럼프에 허덕이며 골프채를 놓을 위기까지 몰렸으나 스윙 코치이자 남자 친구인 남기협 씨와 투어 생활을 동행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2013년 메이저 3연승을 거둔 그는 2014년 남 씨와 결혼한 뒤에도 6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흔히 국내에서 여자 운동선수는 ‘결혼=은퇴 또는 부진’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명예의 전당을 골프 선수로서 최대 목표라고 밝혔던 그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생각해야 될 과제를 안게 됐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연패를 노리지만 왼쪽 손가락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박인비는 “10년을 뛰면서 큰 부상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몸이 나빠 쉬는 시간까지 길어지다 보니 뭔가 의욕적으로 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좋은 일을 앞두고 오히려 한발 물러나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박인비#명예의 전당#미국여자프로골프 (lpga)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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