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VR은 초창기 영화와 비슷…이른 시일 내 VR만의 콘텐츠 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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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2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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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VR은 초창기 영화와 비슷합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할 수 있었던 것을 VR로 옮겨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창기 영화가 연극을 그대로 따왔던 것이나, 기차가 움직이며 들어오는 장면에 관람객들이 놀랐던 시절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진입 장벽이 높아 발전에 시간이 걸렸지만, VR은 게임 엔진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어서 3~4년의 이른 시일 내 VR다운 콘텐츠가 양산되는 시기가 다가올 것으로 봅니다."

에픽게임스 닉 와이팅 디렉터 (사진=게임동아)
에픽게임스 닉 와이팅 디렉터 (사진=게임동아)

이는 오는 28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언리얼 서밋 2016에 기조 강연자로 나서기 위해 한국을 찾은 에픽게임스 닉 와이팅 테크니컬 디렉터의 말이다. 닉 와이팅 테크니컬 디렉터는 에픽의 VR 데모인 ‘불릿트레인’을 개발한 인물로, 28일 진행하는 강연에 앞서 한국의 기자단과 먼저 만나 VR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닉 와이팅 디렉터가 VR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영화의 제작보다 낮은 진입 장벽에 있다. 초창기 영화제작을 위해서는 카메라 구입부터 스튜디오 구성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VR은 다르다는 얘기다. 언리얼 엔진4 같은 게임 엔진만 있으면 된다.

그는 이르면 3~4년 내로 VR 시장에 VR다운 콘텐츠가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근거로는 누구나 쉽게 VR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에픽게임스의 VR 데모인 ‘불릿트레인’도 개발을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언리얼 엔진4의 기능인 블루프린트로 개발했을 만큼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VR 게임의 경우에도 지금 PC나 콘솔에서 즐겼던 게임을 그대로 VR 환경에서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현 VR은 다른 매체에 즐겼던 게임 등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VR을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단 빨리 먼저 도전해보고 실패를 해봐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어떤 디자인이 잘못됐는지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닉 와이팅 디렉터는 VR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에게 일단 무조건 빠르게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VR 데모를 제작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문제를 파악하고 노하우를 쌓았음에도 ‘불릿트레인’을 제작하며, 당시 새롭게 등장한 터치 컨트롤러의 활용을 위한 연구에만 5주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터치 컨트롤러가 VR 게임 내에서 물건을 집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물건을 집는 사람들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 하나의 접근 방식만 마련해 둬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날아오는 총을 잡아 적에게 다시 던지고, 게임 내 바닥에 떨어진 총을 주워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구성한 ‘불릿트레인’의 경우 영화 올드보이의 유명한 액션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서 개발했는데, 개발자가 직접 움직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경우 트래킹 센서가 정면에 자리하게 되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이 움직이면 그만큼 애로 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를 했고, 개발자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텔레포트 방식으로 게임 내 캐릭터가 이동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했다. 빠르게 실패를 맛보고 문제를 파악해 대응한 셈이다.

이어 그는 VR 게임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마치고 소감을 묻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간마다 게이머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살펴보고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어의 순간순간을 파악해야 어디가 만족스러웠는지 어디서 아쉬웠는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체험 이후에 말로만 피드백을 받았다면, 정말로 살아있는 이런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VR을 경험하는 방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C와 콘솔 같은 하이엔드급의 VR을 즐기는 이용자와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로 가벼운 VR을 즐기는 이용자층으로 말입니다.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이들이 만나는 시점에 VR 시장이 더욱 거대해질 것으로 봅니다. 특히 구글의 데이드림은 기존의 모바일 환경에서도 진짜 VR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닉 와이팅 디렉터는 VR 시장의 경우 PC가 하이엔드 시장을 끌어가고 있고, PSVR이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대중화에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봤다. 모바일 VR도 데이드림의 등장으로 평균이 향상돼 앞으로 더욱 많은 사이 VR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데이드림의 경우 기존의 카드보드와 같은 반쪽짜리 VR이 아니라 컨트롤러도 준비됐으며, 실제 PC에서나 즐기던 VR의 경험을 모바일 디바이스의 영역까지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VR의 보급과 확대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PC와 콘솔, 스마트폰이라는 출발점은 다를 수도 있지만, 진짜 VR주는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닉 와이팅 디렉터는 이 외에도 VR 게임 시장에 트리플 A급 게임이 등장하기까지는 약 1~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으며, PC게임과 현재 VR 게임의 그래픽 격차가 2년 정도라는 얘기도 꺼냈다. 아울러 VR 시장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가 왜 언리얼 엔진인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에픽게임스 닉 와이팅 디렉터 (사진=게임동아)
에픽게임스 닉 와이팅 디렉터 (사진=게임동아)

"언리얼 엔진을 통해 VR 게임을 개발하면 모든 VR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게 언리얼 엔진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VR 플랫폼마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리고 현재 다양한 VR 플랫폼 중 어느 플랫폼이 시장의 주류가 될지 모르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현존하는 VR 플랫폼 중 어떤 것이 시장의 주류가 되어도 언리얼 엔진은 모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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