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남 화장실 살인,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2일 2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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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발생한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에 대해 경찰이 22일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 김모 씨(34)의 심리분석 결과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범죄”라고 밝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 씨를 두 차례 면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3년부터 “누군가 나를 욕하고 있다”고 자주 하소연하고,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2008년 망상, 환청 등의 증상을 보이는 조현병 판정을 받은 뒤 6차례에 걸쳐 총 19개월간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은 신학원을 다니던 2014년부터 심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들이 자신을 과도하게 견제하는 느낌을 받았고, 거리에서 모르는 여성이 담배꽁초를 던지면 자신을 겨냥했다고 여겼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이달 5일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서 맡은 업무가 서빙에서 주방보조로 바뀌었다. 경찰은 이것이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업무가 바뀐 것 역시 여성들의 음해 때문으로 믿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이르면 26일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사건 직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를 기렸던 시민들은 23일 밤 12시 이후 추모 쪽지와 조화 등을 모두 수거해 서초구청을 거쳐 서울시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다중이용시설의 규모나 설치시기에 관계없이 남녀 공용화장실을 성별로 분리하는 내용으로 공중화장실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범행 장소인 남녀 공용화장실이 성(性)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본보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현행 공중화장실법은 남녀 공간을 분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전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이나, 연면적 3000㎡ 미만의 건물(1·2종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2000㎡ 미만)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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