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화환율에 옐로카드… 수출 뒷걸음 한국 부담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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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

미국 정부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환율 정책과 관련해 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외환당국의 정책 보폭이 한층 좁아지게 됐다. 우려했던 ‘환율 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미국이 향후 한국의 외환시장 움직임을 지금보다 더 정밀하게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으로 힘에 부치는 한국 경제에 미국의 관찰 대상국 지정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 경상수지 흑자 과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하고 대미(對美) 무역흑자 폭이 크다”며 한국 환율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014년 6.0%에서 지난해 7.7%로 증가한 게 환율을 인위적으로 움직인 데 따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하반기(7∼12월) 기준 137억 달러(약 15조6000억 원)에 달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돈을 벌어가는 것도 적시했다. 원화 가치를 낮춰 원-달러 환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한국산 제품의 수출 가격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의심을 밑바탕에 둔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 외환당국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점도 보고서에 명시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3월 사이에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외환시장 간섭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GDP 대비 0.2%(260억 달러)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내놨다.

미국 정부는 보고서에서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연간 GDP 대비 2% 초과한 달러화 순매수 등의 심층 분석 대상국 세부 요건을 밝혔다. 3개 조건 중 2개에 해당되면 관찰 대상국, 3가지 모두에 들면 심층 분석 대상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에 들어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은 2개가 해당돼 관찰 대상국 범주에 들었다. 심층 분석 대상국에 포함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 “내수 활성화로 대안 찾아야”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이 관찰 대상국에 포함됐지만, 이는 미국 재무부가 항상 하던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환율 정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도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찰 대상국 지정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지나치다”는 압박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상품 수출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부로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들어올 때 사실상 손을 놓고 방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게 됐다. 이는 저유가로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는 상황을 한국 수출 가격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해결하는 셈이라 한국 경제에 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수 활성화로 지나친 무역 의존도를 낮춰 점진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특파원 januar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원화환율#환율 관찰 대상국#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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