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해철法’ 논의도 못하고 폐기 위기…‘국회는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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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
가수 신해철
신해철 씨 사망을 계기로 의료사고 분쟁조정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19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 경우,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조정이 시작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일명 신해철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병원이 사고 중재를 거부할 경우 조정이 시작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상 병원은 법적으로 중재에 응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대형 종합병원의 중재 거부율은 71.5%에 이른다. 의료분쟁 10건 중 3건은 중재를 시작도 못해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11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은 심사조차 받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17일 시작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할 경우 관련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에 의원들이 ‘겉으로만 의료사고 분쟁 조정제도 개혁’을 주장하면서, 정작 국회에서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 여야 의원들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의료인의 동의와 상관없이 중재가 시작돼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은 보건복지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관련 내용을 집중 질의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질타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동 분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김정록 의원은 이 법안을 11월 정기국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채택해달라고 복지위에 요청했지만, 법안소위 안건에 채택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재 복지위에 1000개 법안이 쌓여 있고, 이번 국회가 마지막이다보니 평소보다 3배 많은 300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록 의원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여야가 주장했다”며 “의료계의 표심 때문에 이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고 신해철 씨의 오랜 지인인 남궁연 씨는 “해철이가 떠난 뒤 1년 동안 팬들이 백방으로 뛰어서 만들어낸 법안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위기에 있다”며 “평소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야당 의원들까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의사의 소신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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