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 총동원’ 중국 전승절 열병식 뒷이야기 무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22시 36분


코멘트
중국이 국력을 총결집해 치른 3일 전승절 열병식을 놓고 많은 뒷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열병 부대를 사열하면서 탑승한 ‘훙치(紅旗)’ 무개차는 번호판이 국가 휘장으로 가려져 있었다. 번호판이 아닌 국가 휘장을 달고 사열한 지도자는 시 주석이 처음이다. 또 휘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탄 차에 붙은 번호판은 ‘VA 01945’였다. ‘1945’는 중국이 전쟁에서 승리한 해, V는 ‘중앙군사위원회’를 나타낸다. 시 주석의 바로 뒤에 따라 온 차는 ‘VA 02015’로 전승 70년이 되는 해를 나타낸다.

시 주석이 열병을 마치고 톈안먼(天安門) 성루로 돌아갈 때 왼손으로 경례하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놓고 “시 주석이 왼손잡이라서 실수한 것”이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떠돌았다. 노자 ‘도덕경’에 ‘길한 것은 좌측, 흉한 것은 우측’이라는 구절과 관련 있다는 ‘그럴 듯한’ 해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자세히 보면 경례가 아니고 손 흔들어 인사한 것”이라며 ‘왼손 경례설’을 일축했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무인기 3종 중 하나인 스텔스 무인 정찰기 BZK-005는 2013년 9월 동중국해상의 일본 방공식별구역(ADIZ)에서의 정찰 임무를 수행한 기종으로 밝혀졌다. 중국이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속한 동중국해 정찰 임무에 투입한 무인기를 열병식에 등장시킨 것은 대일 경고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열병식 사회자는 베이징 시 서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맡아 개막과 폐막 선언 등 행사를 진행했다. 난팡두스(南方都市)보는 “이번 열병식은 항일전쟁 노병과 항일 영웅, 각국의 외빈들이 대거 참석하는 ‘국가 차원’의 행사여서 중국 지도부는 리 총리가 사회를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열병식이 시작되자 하늘에는 길이 9m, 폭 6m의 대형 오성홍기와 길이 7.5m, 폭 6m 대형 인민해방군기가 시속 180km로 비행한 즈(直)-8과 즈-10 헬기에 매달려 하늘을 가르는 모습이 연출됐다. 거대한 깃발은 대형 태풍 이상의 압력을 받아 찢어져 버린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중국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에 귀환 우주선을 매달았던 낙하산과 같은 특수 재료로 국기와 군기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번 열병식에 들어간 비용도 천문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4일 행사 비용과 공장 가동중단, 상가 영업정지 비용 등을 합쳐 모두 215억 위안(약 3조97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