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 올려 돈받아 도박… 인터넷 ‘중고나라론’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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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따면 환불해주고 잃으면 잠적
‘택배론’ ‘정수기론’ 등 변종사기도… 경찰, 수법공유 게시판 폐쇄 요청

‘컴퓨터 본체 30만 원에 팝니다.’

직장인 현모 씨(23)는 3월 15일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를 본 A 씨(23)는 PC를 사기 위해 현 씨 계좌로 30만 원을 입금했다. 돈을 받은 현 씨는 바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게임을 하기 시작했지만 돈을 다 잃고 말았다.

약이 오른 현 씨는 중고나라에 비슷한 글을 20번가량 더 올렸다. 물론 그에게는 남에게 팔 중고 PC는 없었다. 5명에게 약 170만 원을 받아 챙긴 현 씨는 그때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베팅을 했지만 결국 모든 돈을 탕진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 씨가 쓴 수법은 이른바 ‘중고나라론(loan)’으로 불리는 방식이다. 중고나라 카페에 물건을 판다고 허위로 글을 올린 뒤 구매를 원하는 이로부터 받은 돈을 인터넷 도박 등에 쓰는 수법이다. 도박에서 돈을 따면 구매자에게 환불해주고, 잃으면 잠적하는 식이다.

수년간 인터넷 도박에 빠져 2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던 현 씨는 경찰에 “자주 접속하던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대출갤러리’라는 게시판에서 중고나라론 수법을 접한 뒤 실행에 옮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게시판에는 올 초부터 중고나라론 외에도 다른 사람의 택배를 대신 받아 처분하는 ‘택배론’,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기 명의의 통장을 넘기고 돈을 받는 ‘대포통장론’, 렌털 정수기를 일시불로 팔아넘기는 ‘정수기론’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다양한 수법이 소개되고 있다.

고교생 송모 군(17)도 올 4월 중고나라에 ‘연예인 팬미팅 티켓을 3만 원에 판다’며 5명에게 총 13만5000원을 받아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5월 자살한 20대 남성은 중고나라론을 통해 렌터카 대여비용과 숙박비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중고나라론처럼 신종 사기 수법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과시하는 글이 퍼지는 것을 포착하고 웹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 100여 개를 추적해 범인들을 검거했다”며 “사기 수법이 퍼지고 있는 해당 게시판은 관계기관에 폐쇄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허위매물#중고나라#정수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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