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택]北 ‘남남갈등 전술’에 춤추는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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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택 기자
정성택 기자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번엔 ‘지뢰 괴담’이다. 북한이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묻어 놓은 목함지뢰로 4일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한다. “모략극을 날조”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빼닮은 이 괴담은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2014년 무인기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의 괴담은 이제 공식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뢰 괴담은 북한이 사건 발생 열흘 만인 14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통해 “우리가 안 했다”고 부인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비무장지대 남쪽에 위치한 헌병초소 주변에 매설해 놓은 아군 지뢰 M-14가 강한 폭우에 떠밀려 내려온 것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서 M-14가 원인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들어 우리 군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며 북한 측 손을 들어주고 있다. “북한의 주장이 국방부의 해명보다 몇 배는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는 누리꾼도 있다.

온라인에서 당시 피해를 본 작전 병력의 침착했던 대응을 ‘터미네이터’에 비유하며 연출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세련된 배우를 연상케 한다”는 북한의 주장과 똑같다. 한 현역 장교는 “긴박한 상황에서 훈련받은 대로 전우를 구하기 위해 헌신한 우리 병력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라는 미국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거나 정부가 국정원 해킹 의혹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조작했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지뢰 도발 사건이 터진 뒤 드러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소통부재 등은 국민의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 관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북한이 제기하는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맞장구를 쳐서야 되겠는가. 사이버 공간의 음모론은 우리가 원하는 소통이 아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명백한 도발을 놓고 우리가 남남 갈등을 거듭할수록 북한은 또 하나의 도발에 성공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정성택·정치부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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