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美 NSA, 아베 1기 내각도 감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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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1년간 주요 각료 대상
日銀총재-미쓰비시 직원 전화도… 日외무성 “정보보호위해 모든 조치”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1기 내각 당시 주요 각료들과 일본은행 총재, 대기업들을 불법 감청했다고 폭로 전문 매체 위키리크스가 31일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타깃이 된 도쿄’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2006년 9월부터 1년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 경제산업상 등 정부 관료와 주요 기업의 전화번호 35개를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위키리크스는 불법 감청 내용이 담긴 NSA 보고서 5개를 함께 공개했는데 4개는 1급 기밀로 분류돼 있었다. 이 중 1개에는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미국과 더불어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미국의 첩보동맹국들에 전달이 허가됐다고 적혀 있었다.

감청 대상에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와 재무성 관료들, 대기업 미쓰비시의 천연가스 부문과 미쓰이의 석유 부문 관계자 전화번호가 포함됐다. 감청 내용에는 아베 총리 관저에서 이뤄진 비공개 브리핑 내용도 있었다.

위키리크스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감청이 깊고 넓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국 및 유럽연합 국가와의 외교관계 전략은 물론이고 △농산물 수출과 무역 분쟁 △기후변화 △핵 및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도 감청 대상이었다.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는 보도자료에서 “NSA 보고서들을 통해 일본 정부가 기후변화 제안이나 외교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 미국에 어느 정도나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이어 “일본이 알아야 할 교훈은 글로벌 감시 초강대국이 명예나 존중을 가지고 행동하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감청에는) 룰이 없다는 게 유일한 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가와무라 야스히사 일본 외무성 외무보도관은 이날 위키리크스 폭로와 관련해 AP통신에 “미국과 NSA의 정보 수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은 일본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 주재 미국대사관도 관련 보도는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 언급은 피했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NSA의 무차별 감청 실태는 2013년 전 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위키리스크는 올해 6월 NSA가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 3명을 감청했다고 폭로했으며 최근에는 독일 정부에 대한 감청 실태를 공개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위키리크스#미국#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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