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얼굴 붉힌 親盧의 분열정치 ‘김상곤 카드’로 혁신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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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친노-비노 갈등 격화
노무현 前대통령 6주기 추도식서 아들 건호씨 김무성 맹비난 파문
물세례-야유… 불신 민낯 드러나
친노세력, SNS서 비노-與에 공세

김상곤, 野혁신위원장 수락 24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오른쪽)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공천 개혁 등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상곤, 野혁신위원장 수락 24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오른쪽)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공천 개혁 등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여곡절 끝에 24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지만 당내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과연 혁신위가 당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는 당 내홍의 심각한 단면이 드러났다. 일부 추모객은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추모식에 불쑥 참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원조 친노’ 인사들이 노 씨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며 정치를 재개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비노(비노무현) 진영 지지자들은 “친노의 미달 정치”라며 비판했다. 당 내홍과 여야 정치 불신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김상곤 혁신위’ 순항할지 미지수

“주변에서 ‘혁신위원장 자리는 독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 전 교육감이 내놓은 수락의 변이다. ‘김상곤 혁신위’는 인사, 당무, 공천 등 당 전반에 걸친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김 전 교육감은 “문 대표께서 ‘혁신을 위해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혁신위원회의 혁신 소관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제약은 거의 없는 셈이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이 ‘독배’라고 표현한 것처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위험 수위까지 다다른 친노-비노 진영 간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딛고 공천 개혁도 진행해야 한다.

당장 서울대 조국 교수의 참여 여부를 포함한 혁신위 위원을 인선하는 작업부터가 난관이다. 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강하게 추천했던 친노 진영은 조 교수가 혁신위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해야 한다는 태도다. 실제로 조 교수는 문 대표가 김 전 교육감에게 위원장직을 제안했던 21일 심야 회동에도 함께했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친노 색채가 강하다”며 조 교수의 혁신위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박원순 만나 “희망 스크럼”… 안철수 “그건 뭔가” ▼

박영선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두고 “어느 분이 오든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의 성패가 공천 과정의 ‘인적 쇄신’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위에 얼마나 많은 권한이 주어질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최고위원은 “혁신위는 혁신안을 만들고, 그것을 집행해 진짜 피를 묻혀야 하는 것은 당 지도부”라고 말했다. 혁신기구가 계파를 떠나 공평하게 쇄신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교육감이 당 경험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김 전 교육감의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혁신위원장으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계파 간) 싸움만 더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문재인 ‘희망 스크럼’ 카드 성공할까

문 대표는 이날 저녁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2·8 전당대회 때 ‘희망 스크럼’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번에 박 시장과)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대 경선 당시 박 시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차기 대선주자들의 협의체인 ‘희망 스크럼’ 구성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과 이와 같은 밀접한 관계)”이라는 표현을 쓰며 문 대표를 돕겠다고 했다. 문 대표 측은 “혁신위원장 권유를 위한 19일 회동에서 (문-안-박) 세 사람이 만나기로 약속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주자라고 누가 자격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의 모임은 뭐고, 최고위원회는 무엇인지 명확한 역할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유가 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안 전 대표가 재차 문 대표와 거리를 둔 것. 이 때문에 문 대표가 박 시장과의 회동으로 안 전 대표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원조 친노’들의 SNS 비난 공세

한편 ‘원조 친노’ 인사들은 SNS에서 비노 진영과 여당에 대한 비난 공세를 높였다.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임시 대표는 트위터에서 “‘여당 대표’가 추도식에 처음 참석한다면 ‘의전 준비’를 위해 협의가 필요한데 ‘통보’조차 없이 언론에만 알리고 경찰 병력까지 증파했다.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배우 명계남 씨도 비노 인사들을 향해 “새누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자기 살겠다고 동료들까지 죽이려 혈안인 야당 정치인들 오늘 노건호 씨에게서 한 수 배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물세례를 받았던 김한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새정치연합의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은 ‘친노’든 ‘비노’든 모두가 동지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상대를 비난하고 증오하는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김해=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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