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지식에 비해 인성 부족? ‘인간학개론’ 커리큘럼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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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학문 연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강의를 만들겁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지난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남긴 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교양 수업을 구상해 온 서울대가 이주 초 ‘인간학개론’의 커리큘럼을 최종 확정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 수업을 기본 모델로 한 이 수업은 전공, 학년 상관없이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해 인간 존재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음달 초 각 단과대학 부학장으로 구성된 기초교육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인간학개론은 공식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인간학개론은 “(서울대생이) 지식에 비해 인성이 부족하다”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안병직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서양사학과 교수)은 “‘선한 인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간학개론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00명 정원의 인간학개론의 목표는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학문적인 경계를 넘어 인문, 사회, 과학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현학적인 담론을 나누기보다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 등 대학생이 겪는 고민을 다양하게 풀어보겠다는 취지다. 강의는 이석재 철학과 교수(48), 이두갑 서양사학과 교수(41), 박성우 정치외교학부 교수(46)가 돌아가며 4주씩 맡는다. 대학 측은 “학생과의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비교적 연령대가 낮은 교수들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번 수업 시간의 3분의 1을 할애해 25명 분반 단위로 토론을 실시한다. 토론 주제는 ‘기계와 인간’부터 ‘좋은 삶, 국가, 세계는 무엇인가’ 등으로 다양하며 14주차에는 모든 수업 내용을 아우르는 종합토론도 실시한다.

기존 전공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강의를 만드는 서울대의 실험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애초 내년 1학기에 개설할 예정이었던 행복학개론 대신 현재 우주, 생명, 기억 등을 주제로 한 강의가 구상 단계에 있다. 성 총장은 “재임 동안 인간학개론 같은 수업을 10여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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