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 때가 위기” 배구연맹이 안주보다 변화를 택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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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막을 내린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는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총 관중은 역대 최다인 49만8421명으로 지난 시즌(41만6288명)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남자부 경기는 사상 최초로 평균 시청률이 1%를 넘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은 변화를 택했다. KOVO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여자부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한 트라이아웃을 실시한다. 참가자격을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경험자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지난 시즌까지 국내 팬들에게 친숙했던 니콜(도로공사), 데스티니(IBK기업은행), 폴리(현대건설) 등은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멀쩡한 판을 왜 흔들려 하느냐는 질문에 KOVO 관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올라가긴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그랬다. 눈에 보이는 수치와 달리 KOVO는 최근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 한국 배구는 ‘몰빵 배구’가 대세다. 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펄펄 날면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28만 달러)은 유명무실해진지 오래였다. 점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특급 외국인 선수 선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몇몇 구단에서는 외국인 선수 1명의 몸값이 나머지 한국 선수 몸값 전체와 맞먹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선수들의 기량 저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언젠가부터 한국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띄워주는 데 급급해졌다. 기회가 와도 공격을 하려 하지 않는다. 시도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수가 없다”고 했다.

이달 중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우승팀이 맞붙은 탑매치 대회에서 이 같은 현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한국 선수들(평균 178cm)보다 평균 신장이 적은 일본 선수들(173cm)은 작은 키에도 연신 강 스파이크를 때려댔다. 결과는 한국의 0-3 완패였다.

트라이아웃과 함께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을 15만 달러로 낮추면서 당장은 리그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기도 힘들다. 많은 팬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남은 과제는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다.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투자에서 아낀 돈을 유망주 발굴과 유소년 배구 지원을 위해 아낌없이 써야 한다. KOVO는 이를 위해 연고 학교 선정을 통한 우선지명권 보유 등의 제도 개선을 구상하고 있다. 어렵게 내린 결단을 구단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잠시 반짝했던 배구 인기는 언제든 다시 사그라질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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