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큰형님’ 신부, “뭐 하다 이제 왔어” 염 추기경 질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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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뭐 하다 이제 왔어.”(염수정 추기경)

“….”(이인주 신부)

“어머니는 누가 모시나.”(염 추기경)

“형님 신부님요.”(이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2월 6일)을 앞둔 며칠 전 교구장인 염 추기경과 이인주 신부(54·서울국제선교회)의 면담이 진행됐다. 추기경은 새롭게 사제의 길을 걷게 되는 서품 예정자와 20분 안팎의 면담 시간을 갖는다.

염 추기경이 농담을 섞어 물을 정도로 이 신부는 한참 늦게 사제가 됐다. 대부분의 신부들은 늦어도 30세 중반의 나이에 사제가 된다. 서품식 안팎에서도 이 신부를 둘러싼 화제가 이어졌다. 그는 신학교 동기생들 중에서도 ‘큰 형님 신부’로 불렸다. 아버지뻘인데 형님 신부로도 부르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관련 자료가 없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지만 최근 10년 사이 탄생한 신부들 중 최고령일 것이라는 게 서울대교구 설명이다. 2남 3녀 중 막내인 이 신부는 이범주 신부(62·시흥성당 주임신부)와 함께 형제 신부가 됐다.

3일 서울 이태원로 선교회 사무실에서 이 신부를 만났다.

왜 이렇게 늦었을까? 너무 늦게 신부가 된 것은 아닐까? 미소와 허허, 하는 웃음이 먼저 앞섰다. “하느님께서는 모두를 위해 사랑의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남들은 늦었다고 하지만 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전 지금이 딱 맞는 시기라고 믿습니다.”

대부분의 신부들은 고교 때 소신학교(小神學校) 과정을 거친 뒤 신학대와 신학대학원을 다닌 뒤 사제의 길을 걷는다. 반면 이 신부는 농업대로 진학해 그 출발점부터 달랐다.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싶어 가톨릭교리신학원에 진학해 선교사제로 살겠다는 꿈을 세웠지만 수도원 3곳, 신학교 3곳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부하면서 호떡과 샌드위치 노점상도 했고, 때로 막노동까지 했다.

“방학 때면 마땅한 일도 없어 가끔 ‘노가다’로 뛰었죠. 특별한 기술은 없어 온갖 일을 하는 잡부였죠. 몸으로 땀 흘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과 일하면서 세상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2005년 44세 때 나이 제한이 없는 서울국제선교회에 입회했고, 수원 가톨릭대에서 신학과정을 다녔다. “40대 중반 나이라 받아주는 선교회가 없는데 마침 그해 중남미 선교를 위해 서울국제선교회가 설립됐어요. 설립자인 김택구 신부님(2008년 선종)으로부터 입회 허락을 받았죠.”

2007년 파나마로 건너가 성 요셉 대신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현지 교구에서 5년여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고 부제(副祭) 품도 받았다. “국내와 달리 중남미는 신부가 없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성당이 적지 않습니다. 본당 한 곳에 공소(公所·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신자들의 모임)가 20개가 넘는 곳도 습니다.”

큰 형님 신부는 세상을 향해 ‘늦은 것은 없다’고 했다.

“오랜 시간은 허물이 적지 않은 저를 하나하나 채워주기 위한 과정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하느님이 저를 사랑한다는 믿음과 선교사를 향한 열망이 식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 하반기 파나마로 건너가 현지 선교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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