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사라졌던 유적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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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자체 ‘역사 마케팅’ 후끈

열선루 조감도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복원 될 열선루 조감도. 보성군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깃든 유적 복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성군 제공
열선루 조감도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복원 될 열선루 조감도. 보성군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깃든 유적 복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성군 제공
순천왜성 전남도 기념물 제171호인 순천왜성.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역사 학술적 가치가 높다. 순천시 제공
순천왜성 전남도 기념물 제171호인 순천왜성.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역사 학술적 가치가 높다. 순천시 제공
#1. “지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 1597년 8월 왜군이 전라도로 밀려들자 선조는 이순신 장군에게 ‘수군을 혁파하고 육군에 합류해 싸우라’는 교지를 내렸다. 하지만 이순신은 이 같은 내용의 비장한 장계를 올리고 전의를 불태웠다. 원균이 이끌던 조선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전멸하자 삼도수군통제사에 다시 오른 이순신이 전남 보성군 열선루(列仙樓)에 머물 당시의 일이다. 보성군은 ‘난중일기’에 언급된 이순신 장군 행적을 토대로 ‘유적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 조선시대 수군의 진영이었던 목포진은 세종 21년인 1439년 설치됐다. 당시 의정부는 세종에게 “무안현의 목포는 왜적 침입의 요해처(적에게는 해롭고 아군에는 꼭 필요한 지점)이므로 만호를 파견하고 병선을 주둔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1501년 수군진성이 축성됐지만 목포진은 개항 2년 전인 1895년 고종의 칙령에 따라 폐진됐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목포진이 120년 만에 복원됐다. 목포시는 1월 객사와 내삼문 등을 복원하고 주변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는 등 역사교육의 장으로 꾸미기로 했다.

○ 시군마다 ‘역사 마케팅’ 후끈

전남 자치단체들이 ‘역사 마케팅’에 한창이다. 사라진 유적은 고증을 거쳐 복원하고 사료적 가치가 큰 문화자산이나 옛 인물을 발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성군은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열선루 위치를 보성읍 옛 인사동(현 보성군청 뒤편 안식일교회 주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구용역을 맡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이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곡식창고로 활용됐던 중앙청을 복원하고 조선수군 재건 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이용부 보성군수는 “열선루와 무기와 군량을 모은 조양창 등을 복원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주시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나대용 장군(1556∼1612)의 숨결이 깃든 유적지를 적극 알리고 있다. 장군의 생가, 묘소, 거북선을 실험 제작한 방죽골, 장군바위 등이 전남도 문화재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돼 있다.

장군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된 소충사에서는 매년 과학의 날(4월 21일)에 추모식이 열린다. 해군은 2000년 건조한 8번째 잠수함을 ‘나대용함’이라 명명하고 해마다 참배하고 있다. 나주시와 나대용장군 기념사업회는 올해 소충사 인근에 과학관을 건립하고 방죽골을 복원해 거북선 모형을 띄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활발한 전적지 복원

영화 ‘명량’에 이어 TV드라마 ‘징비록’이 인기를 모으면서 정유재란 최후의 격전지였던 순천 검단산성과 국내에 있는 왜성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순천왜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유재란 당시 잇단 전투에서 패퇴한 왜군은 순천시 해룡면 신성리에 성을 구축하고 집결해 탈출을 꾀한다. 축조 당시 왜군은 피습을 우려해 검단산성 쪽의 육지부를 파내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마치 해자(垓字) 역할을 하도록 하고 다리를 설치했다. 그래서 이 다리는 ‘왜교(倭橋)’ 또는 ‘예교(曳橋)’로 불린다. 조선과 명나라 연합 육군은 왜성과 2.5km 떨어진 맞은편 해룡면 성산리 검단산성에 주둔하며 대치한다. 이순신 장군과 진린이 이끄는 연합 수군 역시 왜성에서 2km 떨어진 장도(노루섬)에 진을 치고 왜군의 퇴로를 막는다. 그동안 노량해전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1598년 9월부터 2개월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순천 왜교성 전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순천시는 검단산성과 순천왜성의 원형 복원에 나섰다. 올해 4억8000만 원을 확보하고 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2020년까지다. 그동안 순천시는 검단산성과 순천왜성, 이순신 장군을 배향한 충무사 복원을 위한 사료 정비와 토지 매입, 발굴 조사를 벌여왔다. 2013년 정유재란 전적지를 사적으로 등재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열고 2014년에는 정유재란과 순천 학술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역사 마케팅#목포진#열선루#나대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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