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혁신과 백년대계 불을 밝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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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초유의 대규모 ‘大衆公事’

조계종이 28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열고 있다.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총무원장부터 대학생 불자까지 한자리에 모인 대중공사에선 불교의 현안과 미래를 논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조계종이 28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열고 있다.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총무원장부터 대학생 불자까지 한자리에 모인 대중공사에선 불교의 현안과 미래를 논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발심해서 부처님 따르겠다는데 학벌 짧다고, 나이 많다고 출가 못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육조 혜능 스님도 이 시대라면 출가 못 했을 겁니다. 여기 원장 스님과 큰스님들 계시니 묻고 싶네요.”(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

“현재 스님들이 1만3000여 명인데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불교를 탄압한 조선시대에도 도첩을 받은 승려만 5만 명입니다. 근본 대책이 없으면 조계종단은 그대로 주저앉습니다.”(건국대 철학과 성태용 교수)

28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대중공사(大衆公事)의 문이 열렸다. 대중공사는 스님들이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참여해 합의를 통해 절집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불교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종단 수장인 총무원장에서부터 젊은 불자까지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대중공사는 현대 불교 초유의 일이다.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주제를 정하기 위한 조별 모임을 가졌다. 자유롭지만 진지한 분위기였다. 10개 조 가운데 종우 스님과 성 교수 등이 소속된 6조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포함돼 있어 특히 관심을 모았다. 주제를 정하는 막간에 두 참석자의 열띤 발언을 경청한 자승 스님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28일 대중공사에 참여한 스님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토론 의제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28일 대중공사에 참여한 스님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토론 의제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총무원장부터 12학번으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인 이채은 씨 등 11명으로 구성된 6조는 1시간 반 동안 토론을 벌였다. 모임 이름은 마가 스님의 ‘연꽃’과 이 씨의 ‘꽃다발’이 경쟁을 벌이다 꽃다발로 정해졌다. 모임 좌장은 자승 스님의 추천을 받은 주경 스님(충남 서산 부석사 주지)이 맡았다.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 자유롭게 55개 주제를 적어 낸 뒤 다시 간단한 토론과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사부대중 공동체의 강화, 사찰 재정의 투명화, 불교의 사회적 역할 강화, 승풍(僧風) 진작, 미래 불교를 위한 젊은 불자 양성의 5가지 주제를 정했다.

대중공사는 이날 종합 토론에 이어 투표로 인재 양성, 사찰 재정 투명화, 종단 신뢰 구축 등 8개 의제를 정했다. 이후 11월까지 매월 1회꼴로 모임을 개최해 종단 개혁과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날 대중공사에는 자승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호계원장 일면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 의원, 교구 본사 주지, 선원과 율원 대표, 불자 대표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등 40여 명이 재가 대표로 참석한 것은 불교 발전을 위해 출가자뿐 아니라 재가자도 함께 머리를 맞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계종은 향후 대중공사의 문호를 더욱 개방할 방침이다. 기획실장인 일감 스님은 “100인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며 17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에 대중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삼화도량 등 종단 내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1부 출범식에 이어 조별 토론과 종합 토론 등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추진위원장인 지홍 스님은 “이 자리는 한국 불교를 새롭게 재편하고 부처님의 법을 이어 갈 ‘결집(結集)’의 장과 같다”며 “종단 안팎의 현안에 대해 자유로운 생각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인사말에서 “저 자신도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총무원장이 아닌 종단 구성원으로서 임하겠다”며 “대중공사를 통해 합의된 과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입견이나 이해관계의 득실을 근원적으로 배제하고 우선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적극 반영하면서 제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주=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조계종#대중공사#종단 혁신#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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