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32만곳 2015년말까지 세무조사 유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세청, 내수활성화 지원 파격카드
“기업 氣살리는게 稅收확대 지름길”… 영세사업자 소득세 부담도 낮춰

건설 해운 조선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 가운데 연매출 100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과 연수입 10억 원 미만 음식 숙박업 등은 내년 말까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다. 영세사업자에 대해서는 경비 인정비율을 높여 소득세를 깎아준다.

국세청은 29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청에서 임환수 국세청장 주재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세정(稅政)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새 경제팀이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에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동참시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박근혜정부 첫해였던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명분으로 앞세워 전방위 세무조사를 벌였던 세정당국이 방향을 틀어 투자심리 회복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 131만 중소기업 소상공인 세무조사 유예

국세청의 세무조사 유예 대상 확대로 혜택을 보는 사업체 수는 131만8000개다. 국내 전체 사업자(508만 개)의 25.9%다. 현재는 연매출 10억 원 미만 기업에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연매출 1000억 원 미만 법인 중 세무조사를 받은 곳은 4079개, 징수금액은 1조9605억 원이었다.

정부가 ‘경제활력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연매출 100억 원 미만 중소기업 41만 개사의 세무조사를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세청은 이들 소득신고에 대해 별도 사후검증을 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세무조사도 되도록 빨리 끝낼 방침이다.

국세청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 해운 조선업과 소비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음식 숙박업, 여행 운송업 등을 중점지원 업종으로 선정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문화콘텐츠산업,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에 대해서도 유예 혜택을 준다. 음식 숙박업의 경우 전체 사업자의 98.7%(43만1000곳)가 이번 혜택 대상이다.

또 내년 4월 단순경비율을 높여 이들의 소득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단순경비율 제도는 영세사업자에 대해 별도 증빙 없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경비로 인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연매출 3600만 원 미만 분식집은 경비율 90%를 적용받아 매출의 10%만 소득으로 인정한다. 경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인정소득이 낮아져 소득세가 줄어든다.

○ 기업 ‘기 살리기’ 전방위 지원

세수(稅收) 확보가 최우선인 국세청이 대규모 세무조사 유예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기업활동을 최대한 지원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결국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를 살려 장기적으로 복지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자는 새 경제팀의 기본 전략과도 맞닿는다. 국세청은 지난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가 경제계 안팎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기를 얼어붙게 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임 청장은 “국세청은 세수 확보를 위해서만 일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납세자가 편안하게 납세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계속된 ‘기업 기 살리기’ 행보와도 방향이 같다. 기업인 사면, 세무조사 유예 등 기업이 가장 바라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협조’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기업에 ‘법을 어겨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경제 질서를 해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세무조사#내수활성화#국세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