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지켜야 될 선을 아는 ELS, 목마른 개미들 사로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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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 인기
ELS란… 주가-지수가 정해진 기간 동안
지정구간에 있으면 수익률 보장
투자자 몰리는 이유… 원금보장 안되도 높은 수익률 매력
증권사, 손실 발생 줄이기 위해 조기상환 앞둔 ‘저행사가’ 상품 출시
약속된 수익률 받을 확률 커 인기

“남자가 측면 돌파를 시도하는데요! 아…. 그런데 저건 뭔가요. 여자가 자기가 그린 선을 넘으면 당장 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 결혼해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정성호 개그맨

“저거 ELS와 똑같은 상황이네요!”-차범근 해설위원

최근 KDB대우증권의 CF가 화제가 됐다. 막차를 놓친 남녀가 강원도 두메산골 원룸형 민박집에 묵게 되는 상황을 주가연계증권(ELS)에 빗댄 것이다. 대우증권은 주가나 지수가 정해진 기간 내 지정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률을 보장하는 ELS의 특성을 재밌고 알기 쉽게 설명해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실제 대우증권은 CF가 방영된 7월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1∼6월) 대우증권의 ELS 발행금액은 월 평균 9120억 원 수준이었지만 7월 발행금액은 1조5570억 원으로 늘었다. 대우증권을 제외한 8개 주요 증권사의 7월 평균 ELS 발행금액은 6092억 원이었다.

예·적금 대신 ELS로 몰리는 투자자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저금리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액 투자자들이나 금융 상품에 해박한 전문 투자자들이 ELS의 주 고객이었지만 요즘에는 자산을 예·적금에 묻어두던 직장인과 주부들도 1%대까지 떨어진 예금금리를 참지 못하고 ELS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발행된 공모형 ELS 발행금액은 전월보다 1조780억 원이 증가한 6조4483억 원으로 집계됐다. 발행건수도 1991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ELS 발행규모는 대우증권이 한창 발행금액을 늘린 7월 3개월 만에 5조 원을 넘어서며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초 4조 원대에 그쳤던 ELS 월 발행금액은 5월부터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탄력을 받았다. 증권업계는 한동안 ELS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국내 및 해외 지수형 ELS 발행이 크게 늘었다”며 “유동성 효과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지수가 급락하지 않는 한 발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느 때보다 예금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예금금리가 세후 연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원금 보장이 되면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B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30대 직장인과 주부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저금리 시대 ELS

최근 증권사들은 ELS의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구간에 들어가는 ‘노크 인(Knock in)’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저행사가’ 상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 저행사가 상품이란 ELS는 보통 6개월마다 조기상환 여부를 평가하는데 첫 번째 조기상환 조건을 완화해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여준 상품을 말한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5일 첫 조기상환 조건을 기초자산(홍콩지수와 유로지수)의 80%로 설정한 후 6개월 만에 연 5.2%의 수익으로 조기상환될 확률을 91%로 설계한 ‘저행사가 ELS’를 출시했다. 삼성증권이 과거 5년간 같은 기초자산으로 조기상환 확률을 계산한 결과 첫 조기상환 조건이 95%인 상품의 첫 조기상환 확률은 63.9%였지만 80%일 경우는 91%로 월등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완제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장은 “ELS의 조기상환은 수익 실현의 의미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시점에서 연 5.2% 수익상환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면 매력적인 대안상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저행사가 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1월 출시한 ‘첫스텝85 지수형ELS’는 올해 들어 모집금액이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주요 증권사들도 저행사가 ELS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구간이 없는 ‘노 노크 인(No Knock in)’ ELS를 선호한다. ‘노 노크 인’ 상품은 만기 이전에 기초자산 가격이 얼마로 떨어지든 원금은 보장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ELS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5개 내외 ELS에 분산투자하는 ‘자문형 ELS 랩어카운트’를 출시했다. ELS 가격을 지수화한 인덱스펀드도 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13개 ELS에 분산 투자하는 ‘삼성 ELS 인덱스펀드’를 내놓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말 20개 ELS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 솔루션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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