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연금에도 건보료… 소득 중심으로 재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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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과체계 개선 기본방향 확정

중소기업에 다니며 월 200만 원을 벌던 김의환 씨(42)는 최근 실직하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월 6만 원대이던 건강보험료가 실직 뒤 18만 원대로 오른 것. 김 씨는 2억 원대 아파트와 2000cc 중형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은 아들과 딸 합쳐 4명. 김 씨의 건보료가 오른 것은 직장에선 월급에만 건보료가 부과됐지만, 실직으로 인해 지역 가입자로 바뀌면서 아파트, 차량 등 재산과 가족 수 등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차래식 씨(50)도 건보료 고지서만 보면 속이 터진다. 연소득이 2000만 원이고 2억50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월 건보료가 28만 원이나 된다. 연소득이 같은 직장 가입자가 6만 원대인 데 비해 턱없이 많다는 것이다.

두 사람처럼 건보료를 납득하지 못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한 민원이 지난해만 5700만 건에 이른다. 지역 가입자는 재산 등을 고려한 부과체계가 복잡하다면서 불만을 갖고, 직장 가입자는 지역가입자에 비해 우리만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느낀다.

정부가 건보료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11일 내놓았다. 정부 연구기관, 노동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11차례 회의를 거쳐 개선의 기본방향을 확정했다.

개선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을 확대했다.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모두 기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외에 매년 2000만 원이 넘는 금융소득(이자와 배당금), 연금소득 등이 보험료에 반영된다. 단 퇴직, 양도, 상속, 증여소득은 제외됐다. 현재 지역 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집, 자동차, 토지 같은 재산과 가족의 성(性), 연령 등을 따져 건보료를 매기는데, 이런 기준의 반영을 축소하고 소득을 더 고려하기로 했다.

둘째, 소득이 있는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도 건보료를 내야 한다. 현재는 연금이나 금융 소득이 연 4000만 원 이하일 경우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이자소득으로 3999만 원을 벌더라도 ‘무임승차’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기획단이 개선안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현재 피부양자 중 최대 260만 명이 앞으로 건보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게는 정액의 ‘최저 보험료’를 신설해 부과한다. 최저 보험료는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 최저치가 기준이 될 예정이다. 2013년 현재 직장 가입자의 최저 보험료는 월 8240원(본인 부담)이다.

기획단은 개편안이 실행되면 월급 이외에 소득이 없는 대다수 직장인은 보험료가 낮아지거나 현재 수준이고,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 총액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건보료가 추가돼 건강보험 재정은 더 늘 것으로 예상했다. 보건복지부는 기획단의 개편안을 토대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 논의를 거치려면 실제 개편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려면 지역 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의 경우엔 2012년 현재 63%에 그친다.

개편안이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재산을 고려하지 않고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데 비해 개편안은 여전히 재산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규식 기획단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소득만을 고려한 단일 부과체계로 가야 하지만, 직장 가입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재산도 일부 반영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건강보험료#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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