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효도하고 전통 잇고… 추석 차례주 직접 빚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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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원료 100% 발효방식으로 빚어 연한 황금색에 은은한 향·산뜻한 맛 일품
차례상 오르는 다른 음식과도 조화… 주정(酒精) 섞은 일본식 청주와 달라

국순당 차례주 ‘예담’은 차례를 지낸 뒤 가족, 친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1800mL 대용량 제품(1만1000원)과 1000mL(6500원), 700mL(5000원)의 세 가지 용량으로 출시된다. 국순당 제공
국순당 차례주 ‘예담’은 차례를 지낸 뒤 가족, 친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1800mL 대용량 제품(1만1000원)과 1000mL(6500원), 700mL(5000원)의 세 가지 용량으로 출시된다. 국순당 제공
전통 제주(祭酒) 되살리기 움직임 활발

설이나 추석에 조상께 올리는 제사를 ‘차례’라고 한다. 차례를 지낸 뒤 조상께 올렸던 술이나 그 밖의 차례상의 다른 음식을 가족들이 함께 나누는 일을 일컬어 ‘음복례(飮福禮)’라고 부른다. 여기서 음복은 복을 마신다는 뜻이다. 조상의 음덕을 입어 자손들이 잘 살게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음복은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일종의 축제 같은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복 방식은 간단하다. 차례를 지낸 뒤 어른들이 먼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음식을 먹는다. 그 다음 나머지 가족들이 다같이 이를 따른다.

“주정 섞지 않아야 전통 차례주”

한반도 지역에서 음복을 시작한 때는 고려 말로 추정된다. 중국 송(宋)나라 때 주자(朱子)가 가정에서 지켜야 하는 예의범절을 정리한 책인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고려 말 전파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조선왕조는 주자의 성리학을 국가의 기본 강령으로 삼았다. 그 결과 주자가례를 따라 사대부 집안에서 먼저 제사 때 음복을 하기 시작했고 이는 점차 일반 가정으로 확산됐다.

과거 각 가정에서는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음복에 쓰이는 제주(祭酒)를 미리 직접 담가 준비하곤 했다. 제주로는 쌀을 원료로 해 100% 순수 발효방식으로 빚은 맑은 술을 사용했다. 제대로 빚은 제주는 전통 발효방식으로 빚은 술 특유의 연한 황금색을 띤다. 또 은은하게 풍기는 과실 향과 부드럽고 적당히 풍부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시각과 후각, 미각을 모두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조선후기에 들어서자 각 가정에서는 추석이면 신도주(新稻酒)를 빚어 차례상에 올렸다. 이는 ‘새 신(新)’자에 ‘벼 도(稻)’자를 쓴 것처럼 그해 처음 거둬들인 햅쌀 중 낱알이 실한 것만 골라 정성을 다해 빚은 술을 의미한다. 신도주는 약간 매운 맛과 입맛을 당기는 신맛, 여기에 은은한 단맛이 조화를 이뤄 술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전통식 제주는 제조 과정에서 주정(酒精)을 섞은 일본식 청주와는 달리 은은한 향과 산뜻한 맛이 일품”이라며 “차례상에 오르는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려 음복례에 안성맞춤이며 가족들의 반주에도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통주의 맥은 점차 끊기게 됐다. 당시 일제가 우리 술 말살 정책을 펼치면서 집에서 담근 술인 가양주(家釀酒)를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술 제조 과정에서 주정을 섞는 일본식 청주가 점차 빈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광복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 정부는 1960년대 양곡보호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한동안 우리 술 제조에 쌀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가문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다양한 제주도 점차 잊혀지기 시작했다.

“차례주 빚으며 옛 문화 되살려”

최근에는 전통 제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례로 국순당은 2005년 차례 전용 술 ‘예담’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100% 순수 발효방식으로 빚은 술로 주정을 섞은 일본식 청주와 달리 전통방식 그대로 제조한 것이 특징이다. 예담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에서도 전용 제주로 쓰이고 있다.

국순당은 23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본사에서 ‘전통 차례주 빚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한 참가자 30명은 이곳에서 차례주의 유래를 배우고 직접 차례주를 빚는 시간을 가졌다.

류수진 연구원은 “일부는 일본 청주 브랜드인 ‘정종(正宗·마사무네)’을 아직도 우리 전통 술로 잘못 알고 있다”며 “직접 차례주를 빚어보며 전통 술의 중요성과 이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점차 많은 이들에게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첫 수확한 햅쌀로 술 담가 조상님께 올립니다▼

전통 차례주 ‘신도주(新稻酒)’ 빚는 방법

전통 차례주인 ‘신도주’ 빚는 방법은 일반적인 제주(祭酒)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명칭으로 ‘새 신(新)’자에 ‘벼 도(稻)’자를 쓰듯이 그해 거둬들인 햅쌀을 써서 한 해 동안 노력한 수확의 결실을 조상께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추석을 맞아 가정에서 직접 차례주를 빚는 방법을 소개한다.

재료 및 준비물

재료: 햅쌀 1.5kg, 물 2.25L, 전통 누룩 150g, 밀가루 15g

준비물: 항아리(5L 들이), 분쇄기, 찜솥, 증자포(광목천), 체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담금 준비

①항아리 살균하기

옹기는 끓는 물 위에 뒤집어 놓고 수증기로 살균한다. 이후 세척제를 적당히 탄 물에 20∼30분 동안 담가둔 뒤 세제 향이 사라질 때까지 여러 번 물로 씻는다. 유리나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재질 항아리를 쓴다면 물로 깨끗이 세척한다.

②백설기 만들기

햅쌀 500g을 씻어 2시간 이상 물에 불린 뒤 건져 내 30분가량 물을 뺀 다음 분쇄기로 곱게 간다. 찜솥에 증자포를 깔고 쌀가루를 넣은 뒤 증자포와 뚜껑을 덮고 약 1시간 가열한다. 이후 증자포를 그대로 꺼내 넓은 테이블에 펼쳐 잘 식도록 한다. 떡이 식으면 손톱보다 작게 잘게 뜯는다.

③고두밥 만들기

쌀 1kg을 깨끗이 씻어 2시간 이상 물에 불린 뒤 30분 정도 물을 뺀다. 물 빠진 쌀을 증자포로 싼 뒤 찜솥에서 약 1시간 가열한다. 증자포를 넓은 테이블에 펼쳐 차갑게 식힌다.

술 빚기

①1단 담금 하기

잘게 뜯은 백설기에 물 700mL를 부어 덩어리가 없어지도록 풀어준다. 여기에 누룩과 밀가루를 섞어 잘 버무린 뒤 항아리에 넣는다. 남은 물 300mL도 마저 넣고 잘 섞어준다. 이후 항아리 입구를 비닐이나 천으로 덮고 고무줄로 막아준다.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서 발효시킨다. 온도는 25∼30도가 적당하다.

②2단 담금 하기

1단 담금을 한 지 3일 후 고두밥을 추가한다. 차게 식힌 고두밥 1kg과 물 1.25L를 항아리에 넣고 잘 섞어준다. 역시 비닐이나 천으로 덮고 고무줄로 막아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둔다. 이후 하루에 한 번 국자로 잘 저어준다. 발효가 왕성해지면 공기방울이 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발효 종료

약 10일이 지나면 공기방울이 올라오지 않는다. 항아리 윗부분에 맑은 층이 분리되면 발효가 끝난 것이다. 발효를 마친 술덧을 광목천 주머니에 넣고 맑은 술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한다. 나머지는 고운 체로 술지게미를 제거한 뒤 탁한 술을 냉장고에 넣어 가라앉혀 맑은 윗물을 따라낸다.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알코올도수 16도 안팎의 술이 만들어진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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