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거킹 본사 캐나다 이전 움직임에 ‘조세 회피 논쟁’ 가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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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행정부 “비도덕적 비애국적 행태”… 경제매체 “애국심 아닌 경제의 문제”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35%)을 피하기 위해 법인세가 낮은 국가의 회사를 인수한 뒤 본사를 그곳으로 옮기는 ‘조세 회피를 위한 기업 전환(Corporate Inversion)’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이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점 팀 호턴스를 인수해 마이애미에 있는 본사를 캐나다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소식이 기름을 부었다. 캐나다는 법인세율이 15%에 불과하다.

여기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버거킹의 팀 호턴스 인수자금의 25%가량을 우선주 매입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설상가상의 형국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기업들의 비도덕적, 비애국적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버핏 회장 같은 대형 투자자들은 이런 행태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버거킹과 팀 호턴스의 주가도 동시에 상승세를 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연설에서 이런 기업 전환을 “미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비애국적 추세”라고 규정하고 “미국 국민도 자신들이 따라야 할 법을 골라가며 따르진 않는다. 기업도 그래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등 보수 성향의 경제 매체들은 “이것은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문제”라며 “기업들이 미국을 떠나지 않고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역할 중 하나”라며 오바마 정부를 비판했다.

이 같은 기업 전환은 제약업계부터 시작됐다. 최대 약국 체인인 월그린에 이어 버거킹 등 미 국민의 실생활에 친숙한 기업들의 기업 전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충격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도 법인세를 낮추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일단 이런 비애국적인 기업 전환을 차단할 입법을 의회가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최근 “백악관에서 기업 전환에 좀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의회 입법 없이도 이를 차단할 ‘잠재적 방법들’을 이미 확보해뒀다”고 말한 것으로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권한을 이용해 기업 전환 기업들의 세제 혜택 등을 삭감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가해진다면 ‘경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대응한다’는 논란과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버거킹#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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