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친구야” 절친 이름으로 276회 진료 50대女…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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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뇨라니? 내가 고혈압이라니?"

6월경 구청으로부터 '의료급여일수 연장승인 신청'하라는 안내문을 받은 정모 씨(56·여)는 황당했다. 최근 병원에 가본 적이 없는데도 처방 기록이 한 달을 넘었다. 정 씨가 해당 병원을 찾아가보니, 정 씨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기재된 진료기록부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번호는 친구 임모 씨(56·여)의 것이었다. 임 씨가 자신의 신분을 도용해 당뇨와 고혈압 등의 치료를 받아온 것이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5년여 간 276회 병원 진료를 받은 임 씨를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임 씨는 생계 곤란을 이유로 10년 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한의원이나 병원 등에서 이름과 주민번호만 제출하면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정 씨의 신분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두 사람은 2008년 서울 영등포구에서 나란히 술집을 운영하며 알게 된 사이. 이후 금전 관계로 틀어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피해자 정 씨는 2013년 5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피해자보다 형편이 좋은 임 씨가 생계 운운하며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은 점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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