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이 악문 앙갚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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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SF전 쾌투 팀 연패 끊어 5일 홈 개막전 8실점 수모 설욕
원정 26이닝 무실점 기록 이어가
“여객선 참사 1억원 기부할 것”
첫 홈런 추신수도 “가슴 아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해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거둔 2승이 모두 AT&T파크 방문경기에서였다. 지난 시즌 막판 AT&T파크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8, 피안타율 0.167이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초반 방문 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18일(한국 시간) AT&T파크에서 다시 한 번 재연됐다.

샌프란시스코에 2패를 당해 3연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등판한 류현진은 다저스의 수호신이었다. 7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방문 26연속 이닝 무실점이다. 5일 안방 개막전에서 8실점의 패배를 안긴 샌프란시스코에 통쾌한 설욕을 한 류현진은 시즌 3승 1패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도 1.93으로 끌어내렸다.

6일 만에 등판한 류현진의 볼은 힘이 있었다. 5회까지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류현진과 통산 3번째 맞붙은 수준급 왼손투수 매디슨 범가너는 오른쪽 일색의 다저스 타자들을 상대로 바깥쪽 코스가 모두 볼로 선언돼 5회를 버티지 못했다.

류현진의 비상한 야구머리는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커브와 슬라이더가 밋밋해 난타를 당했던 류현진은 이날 슬로커브는 타자의 허를 찌르는 스트라이크로 꽂았고, 슬라이더는 헛스윙을 유도하는 유인구로 사용했다. 6회 강타자 마이클 모스를 상대로 류현진은 커브-슬라이더-직구를 연달아 던졌고, 시속 149km(93마일)의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모스는 5일 경기에서 1회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주인공이다.

라커에 추모 글귀 류현진은 자신의 라커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를 붙여 놓았다. SEWOL은 세월호, 4. 16. 14는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을 의미한다. 류현진 트위터
라커에 추모 글귀 류현진은 자신의 라커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를 붙여 놓았다. SEWOL은 세월호, 4. 16. 14는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을 의미한다. 류현진 트위터
스포츠넷 로스앤젤레스의 빈 스컬리 캐스터는 경기 도중 류현진 얘기를 하다 그의 라커 위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글귀(SEWOL 4. 16. 14)를 보여주면서 “오늘 류현진에게는 의미 있는 경기다. 이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다”고 소개했다. 류현진도 경기 뒤 “국민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미국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고 국내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텍사스의 추신수는 이날 시애틀과의 안방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추신수도 경기 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처지에서 이번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8-6으로 이겼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moonsytexas@hotmail.com


#LA 다저스#류현진#샌프란시스코#세월호 참사#추모#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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