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南-北-中 ‘연쇄 노크’… 화해 모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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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한중일 정상이 모두 바뀐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 탓에 대결 일변도로 치닫던 동북아시아가 모처럼 ‘대화 모드’ 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한국-일본 관계뿐 아니라 중국-일본, 북한-일본 간에도 걸쳐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드가 진정한 화해 분위기로 이어질지, ‘반짝’ 현상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아베 총리가 8일 개혁파 지도자였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장남 후더핑(胡德平)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을 도쿄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비공개로 만났다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15일 밝혔다. 후 전 상무위원은 같은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와 고위 공직자의 자제) 출신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깊다. 그는 중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아베 총리의 의지를 시 주석에게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후 전 상무장관의 방일에 이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지지통신은 15일 고노 전 장관이 이날 오후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고노 전 장관은 1993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통신은 지난해 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한 이후 중국의 지도급 인사가 일본 요인과 일대일로 만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북-일 관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납북자 문제 해결’과 ‘경제 지원’이라는 일본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15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은 12, 13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과장급 극비 협의를 개최했다. 이번 협의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들의 안부를 재조사하고 일본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조치의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르면 이달 양측이 국장급 협의를 열어 납치 문제 재조사 실시에 합의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16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을 의제로 첫 국장급 협의를 연다.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의 지뢰와도 같은 ‘고노 담화 작성 경위 검증’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6월 22일) 안에 끝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증팀 인선을 마쳤고 5월부터 검증 작업에 들어가 두 달 안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고노 담화 검증이 한일 관계의 대표적인 악재(惡材)임을 감안해 속전속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국장급 협의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스가 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일한 관계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의제를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동북아 화해 분위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도쿄 외교가 소식통들은 “위안부 협의만 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점이 읽힌다”며 “일본과 다른 나라의 관계 개선 조짐도 휘발성이 너무 강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중국#북한#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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