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여러분, 별 구경 실컷 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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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과 만난 연극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연극 ‘우주비행사’의 런던 밤하늘. 따뜻한 불빛이 가득한 템스 강변 위에 별이 쏟아진다. 많은 별을 보여주기 위해 원시 상태의 밤하늘을 표현했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연극 ‘우주비행사’의 런던 밤하늘. 따뜻한 불빛이 가득한 템스 강변 위에 별이 쏟아진다. 많은 별을 보여주기 위해 원시 상태의 밤하늘을 표현했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프랑스 프로방스 산기슭 밤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별들. 칠흑 같은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들.

국내 초연되는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이하 우주비행사)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들어서자 별이 쏟아져 내렸다. 무대 뒤에 설치한 영화관 스크린 크기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판은 별들로 가득했다. 유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은하수가 푸른빛을 뿜어냈다.

긴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에서는 비밀리에 발사된 우주선을 타고 12년간 떠도는 옛 소련 우주비행사 2명이 끊임없이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 그들이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는 지구에서는 중년의 부부, 카페 주인, 은퇴한 우주과학자 등이 만나고 헤어진다. 고립, 집착, 방황, 허무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소통을 이야기한다. 연출가 이상우(63)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작가인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등 7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별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바닷가, 런던 히스로 공항,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등 대부분의 장면에서 별이 빛난다. 이상우 연출은 “각각의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우리의 삶도 서로 관련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나의 우주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며 “삶은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며 한 명 한 명은 애처롭게 빛나는 별이라는 생각에서 관객들에게 별을 실컷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원작에서 낮으로 설정된 장면도 모두 밤으로 바꿨다. 무대 장치는 최소화했다. 사다리로 만든 우주비행선과 발코니, 테이블, 의자가 전부다.

LED 영상을 제작한 곳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밤하늘을 컴퓨터그래픽(CG) 작업한 모팩스튜디오. 이곳은 영화 ‘적인걸2’ ‘해운대’ ‘만추’,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의 CG도 담당했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44)는 “‘별 그대’에서는 도시에서 보는 실제 밤하늘과 비슷하게 만든 데 비해 ‘우주비행사’에서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 자연 상태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구의 자전으로 별자리가 이동하는 것도 반영했다. 에피소드별로 공연이 10분 정도 진행되는 동안 별들도 이동한다. 별들이 평평한 밤하늘이 아닌 둥근 밤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공간감을 살리고 진짜 별처럼 보이도록 반짝이는 모습에도 신경을 썼다.

런던 오슬로 프로방스 등의 풍경은 해당 지역 사진을 참고하되 실제 모습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특징을 살렸다. 프로방스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오슬로와 런던은 밤 풍경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16일∼5월 11일. 2만∼5만 원. 1644-200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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