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법원 “신라면 블랙, 맛집 제조법 도용 안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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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제휴 물거품된 곰탕집 사장… 농심상대 30억 손배 소송서 패소

서울 강남의 유명 곰탕집 사장 이모 씨(58)가 ‘신라면 블랙이 곰탕 제조비법을 도용했다’며 농심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 씨에 따르면 1989년 어머니에게 곰탕 비법을 전수받은 뒤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이 씨는 ‘곰탕 제품을 만들 예정인데 사업 제휴를 하고 싶다’는 농심 측의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이 씨는 농심에 곰탕 샘플을 보내줬다. 농심 임직원들은 이 씨네 곰탕 공장을 견학까지 했다. 2009년에는 이 씨의 곰탕 성분과 함량을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씨는 지난해 3월 농심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농심이 자신의 제조비법을 빼내 2010년 ‘뚝배기 설렁탕’과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잇달아 선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농심 측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을 미루면서 합작 생산을 염두에 둔 설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09년 9월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심은 “이 씨가 자신의 제조법을 홍보해왔기 때문에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고 신라면 블랙은 이를 이용해 만들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홍이표)는 사단법인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에게 신라면 블랙과 이 씨네 곰탕 국물 맛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이 중 12명은 ‘이 씨네 곰탕에 라면 수프와 채소 고명을 더하면 신라면 블랙과 맛이 유사하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한 식품영양학 교수는 “음식전문가가 맛이 같다고 판단했다 해서 동일 조리법으로 보기는 어렵고, 음식 원료와 함량을 분석해도 제조법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고 검토 의견서를 냈다.

재판부는 결국 “곰탕 국물 맛이 비슷하다고 제조방법까지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농심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농심이 이 씨의 곰탕 성분을 분석한 건 맞지만 이 씨 가게처럼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 장비를 썼고 이 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 씨가 낸 증거만으로는 농심이 비법을 도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신라면 블랙#곰탕#제조비법#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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