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지참금 마찰로 파탄난 결혼 책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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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측에 2억5000만원 요구한 예비 신랑-시어머니에 위자료 판결

결혼을 약속했던 은행원 갑순(가명·33·여) 씨와 한의사 갑돌(가명·34) 씨의 갈등은 상견례 때부터 시작됐다. 둘은 약 7년간 사귀었고 2008년 8월 여행을 다녀온 뒤 아이를 가졌다. 양가는 그해 10월 상견례를 한 뒤 결혼식 날짜를 12월로 잡았다. 하지만 갑돌 씨의 어머니 A 씨(59)는 며느릿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을 한의사로 키운 만큼 격식 있는 집안의 며느리를 보길 원했는데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갑돌 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갑순 씨에게 “지참금 2억5000만 원을 챙겨 오라”고 요구했다. 어머니의 지시를 받은 거였다. 신혼살림을 갑돌 씨 소유의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면적 83.23m²·약 25평)에 차리려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니 그 전세금 2억5000만 원을 마련하라는 뜻이었다. 혼수 비용을 7000만 원 정도로 예상했던 갑순 씨 측은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마련할 수 없다”며 친정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면적 84.44m²)에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갑돌 씨 측은 이를 거절했다.

양가는 결혼식 장소를 두고도 마찰을 빚었다. 당초 갑돌 갑순 씨는 예식장을 한화63시티 국제회의장으로 잡았다. 하지만 A 씨는 “격에 맞지 않는다”며 아들에게 예식장을 취소시키고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로 다시 잡았다. 그러나 지참금 갈등 때문에 어느 쪽도 예약금을 내지 않아 예약이 취소됐다.

결국 갑순 씨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2009년 5월 딸을 낳았다. 육아휴직을 하고 홀로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갑돌 씨가 양육비를 주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10년 10월 법원은 갑돌 씨에게 과거 양육비로 1000만 원,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50만∼1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갑순 씨는 이어 2011년 11월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이승영)는 이 위자료 소송의 항소심에서 “갑순 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혼 파탄의 원인이 갑돌 씨와 그의 어머니에게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갑돌 씨는 혼전 임신 때문에 결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갑순 씨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돈을 요구하고 양육 책임마저 지지 않았다. A 씨는 갑돌 씨와 갑순 씨 사이에 주도적으로 개입해 결혼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혼인은 독립적인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게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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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참금#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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