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끝났다고 했어! 1:6→5:7→12:8… SK, 끝까지 따라붙어 대역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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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3차전
2연패 뒤 첫승… 분위기 반전

프로야구 SK의 주장 박정권은 한국시리즈 3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된 27일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선수단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박정권은 “큰 점수차로 질 수도 있다. 다만 SK 팬에게 창피한 경기를 보인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전에서 선발에서 제외돼 벤치를 지켰던 이호준도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제대로 지켜보는 선수가 없었다. 타석에 선 타자와 한마음이 돼야 하는데 자기 플레이만 생각했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비록 구타와 불호령이 난무하는 군대식 집합은 아니었지만 SK의 ‘가을 DNA’를 되살리기 위한 자극제였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가 28일 문학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삼성을 12-8로 꺾었다. SK는 이날 승리로 두산에 2연패한 뒤 4연승했던 2007년 한국시리즈의 기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공포의 3회 징크스


경기 초반은 1, 2차전에서 승리한 삼성의 분위기였다. SK는 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초반에 흔들렸다. 3회에만 대거 6실점하며 ‘3회 징크스’에 시달렸다.

SK 이만수 감독은 1-0으로 앞선 3회 선발 부시가 무사만루의 위기에 몰리자 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의 주역 채병용을 조기 투입했다. 하지만 채병용은 정형식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채병용은 이승엽에게 2타점 적시타, 최형우에게 3점 홈런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점수가 1-6으로 벌어지자 1루 홈 관중석에서는 “한국시리즈가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 가을 DNA 부활한 6회

그러나 SK의 저력은 이때부터 되살아났다. 고참들이 타선의 선봉에 섰다. SK는 1-6으로 뒤진 3회말 공격에서 박정권과 김강민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붙었다. 4회에는 박진만이 1점 홈런을 날렸고 삼성 구원투수 심창민의 폭투 때 3루 주자 정근우가 홈을 밟으며 5-6까지 쫓아갔다.

SK의 역전 쇼는 5-7로 뒤진 6회에 나왔다. 박진만의 2루타와 임훈의 수비 실책성 번트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에서 정근우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고 상대 실책까지 이어지며 8-7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 불펜의 핵’ 안지만은 박정권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내며 김강민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김강민은 2사 1, 2루에서 안지만의 시속 137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쐐기 3점포를 날리며 포효했다. 그걸로 승부는 SK 쪽으로 기울었다. 김강민은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한국시리즈에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4번 타자 이호준은 8회 1점 홈런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5-7로 뒤진 5회 수비 2사 2루에서 박정배를 구원 등판한 송은범은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4차전은 29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

▽삼성 류중일 감독=큰 경기는 수비에서 승부가 갈리는데 실책이 3개나 나온 게 아쉽다. 6회 수비 무사 1, 2루에서 박재상의 투수 앞 땅볼을 투수 안지만이 병살로 연결시켰으면 경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박진만을 못 막은 것도 패인이다. 그 바람에 차우찬이 2이닝을 못 던지고 물러났다. 올해도 지난해와 흐름이 비슷하다. 작년처럼 4차전을 꼭 잡겠다.

▽SK 이만수 감독=1-6으로 뒤진 경기를 뒤집은 선수들이 고맙다. 몸 상태가 안 좋았던 박정배는 주사까지 맞아가며 투혼을 보여줬다. 송은범도 중간에서 잘 막았다. 6회 2점 차로 뒤졌을 때 1점만 쫓아가면 뒤집을 수 있다고 봤다. 임훈의 번트를 상대 투수 권혁이 놓친 게 승부처가 됐다. 지금 같은 분위기면 4차전 삼성 선발 탈보트도 꺾을 자신이 있다.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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