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 ‘중동 화약고’로 회귀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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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정권 붕괴된 뒤 권력의 진공상태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자 해방구로
무장공격 잇따라 발생하자 이집트軍 헬기로 공중 폭격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완충지대였던 이집트 북동부의 시나이 반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의 해방구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30년 독재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 뒤 이집트 민주주의 체제가 안정되기도 전에 북동부 국경지대 시나이가 ‘중동의 화약고’가 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시나이 반도의 이집트 국경수비대원 16명이 숨질 정도로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이 격화되자 이집트군은 8일 군사 행동에 돌입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시나이 반도는 오랫동안 중동국가의 이해관계가 충돌했던 곳이다. 반도 북쪽은 지중해와, 남쪽은 홍해와 닿아 있으며 본토와의 사이에는 수에즈운하가 흐른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반도 전체를 점령했지만 1979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관할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무바라크 등 이집트 세속주의 정권은 미국, 이스라엘 등 서방과 견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곳을 ‘비무장 지대’로 유지해왔다. 무바라크 정권은 이스라엘의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봉쇄에도 적극 협조했다.

그러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고 이집트 권력 공백기가 발생하면서 시나이 반도의 평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7월 이집트 최대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이 지지하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하자 시나이 반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먹잇감으로 떠올랐다. 주요 외신들은 “혁명 혼란기에 이집트 정부가 시나이 치안 유지에 실패한 뒤 알카에다 세력, 베두인 부족의 극단주의자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등 온갖 세력이 시나이 반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취임 초기부터 취약한 경제, 관료 부패 등의 내부적 어려움을 맞이한 무르시 대통령이 시나이 반도의 안보 문제에서도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이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칫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번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첫 이슬람주의자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런 우려 속에 5일 시나이 반도 북부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지대를 지키는 수비대원 16명이 무장괴한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이어 7일에는 시나이 북부지역 주도(州都) 아리시의 군경 합동 보안검문소가 습격을 받는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이 이어졌다. 무르시 정부는 곧바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이집트 국영TV에 따르면 이집트군은 8일 북부 시나이 반도에서 아파치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무장세력이 탑승한 차량 3대를 폭격했다. 이집트군의 공중 폭격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40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이집트군은 “투마 마을 주변에서 작전을 개시해 테러리스트 20명을 사살했다”며 “군사 작전은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마 마을을 장악한 이집트 군인 100여 명은 무장조직과 교전을 벌였으며, 군사 작전은 셰이크 주와이드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라파 국경을 폐쇄한 데 이어 무장단체들의 이동 통로가 되고 있는 가자지구의 지하터널도 폐쇄하기로 했다.

인남식 한국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랍의 봄으로 독재가 무너지고 자유를 찾는 기류가 형성됐지만 정권을 잡은 이슬람 세력이 통제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시나이 반도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시나이 반도#중동 화약고#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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